이별은 슬픈 것이다. 그 사람의 체온, 미소, 손짓, 향기, 목소리, 이 모든 걸 다시는 마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주의 먼지가 되었는지, 땅속에 스며들어 만물의 자양분이 되었는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영혼이 되어 여전히 주위를 떠돌고 있는지 조차 우리는 알 길이 없다.
끝인거다. 서로 좋아했건 싫어했건, 부자건 가난했건, 죽음은 그 모든 것에 종지부를 찍어준다. 갈등이나 미움을 살 일도 없다. 죽음이 그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시켜주기 때문이다. 그 후로 우리는 영원의 이데아를 거쳐 깨끗히 소멸한다.
살아있는 동안 실컷 미워하라. 그리고 분노하고 시기하며 질투하라. 그래도 괜찮다. 살아있는 자들 만의 특권이다.
그 특권을 내려놓은, 내 앞에서 단 한번도 슬픈 표정 짓지 않았던, 웃음끼 충만한 후배가 오늘 먼 길을 떠났다.
죽음 후에 우리는 언제나처럼 ‘있을 때 잘할 껄’ 하며 후회를 되뇌인다. 해가 갈수록, 한두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마음도 그와 다를 바가 없다. 많은 이들을 떠나보내며 온 몸이 슬픔으로 가득차 이내 견디기 버거운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은 유독 힘이 든다. 떠나는 길이 너무 외롭진 않을지, 떠나기 싫어 하늘길 어귀에서 떼쓰고 있진 않을지, 하는 걱정이 들어 눈물이 자꾸만 차오른다.
수많은 계절을 가로질러 무수한 광년이 지나도 죽은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게 나는 이토록 슬픈 일인 줄 몰랐다.
다시는, 다시는 우리가 만날 수 없다는게,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게, 이별은 그래서 슬프다.
인연이란 건 그리워 하면서도 한번 만나고는 못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잊어 하면서도 아니만나고 살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죽음 앞에서는 다 소용이 없게 됐다.
날씨가 차다. 옷깃 단단히 여밀고 먼길 조심히 가라.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