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지평선

by 임기헌

”엄마, 나 가게 그만두고 석·박사 공부 좀 다시 해보려고 하는데,,“ 하고 운을 뗐다. ”비용은 내년에 아파트 팔고, 차 팔고, 투자 상품들 다 정리하면 7~8억 정도는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거 같고,, 한 5년 정도 공부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하고 덧붙혔다.


엄마는 얘가 또 병이 도졌나,, 하는 식의 반응이다. 여튼 가만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뭔가를 하지 않으면 너무 따분하다. 하루이틀이야 밥만 축내며 쳇바퀴 돌아가는 듯한 삶을 견뎌낼 수 있지만, 1년 상간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도저히 그렇게 살 수가 없다. 내 나이 44살. 훗날 늙어서 병원 신세를 지는 시간을 뺀다면, 온전한 신체와 생각으로 얼마나 더 살겠는가.


새로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하이퍼링크가 끊어진 느낌 같은게 든다. 한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짜증이 날 정도로 무지해지는 듯한 느낌 같은거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또 뭔 짓을 해볼려고 하는건지 엄마는 들어나 보겠단다. 나의 대답은 명료했다. ’천문학‘이다. 지난 5년간 혼자 우주에 관한 공부를 정말 많이했다. 주말마다 도서관에 들려 다양한 서적들을 들춰봤고,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은 영상을 찾아서 끝끝내 이해를 해보려 공을 많이 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혼자 하다보니 내 수준도 모르겠고, 전문적인 무언가를 파고드는데에는 한계를 느끼게 됐다. 스승과 동료들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거다.


내가 아는 우주 상식은 아직까지 태양계에 머물러 있다. 겨우겨우 아인슈타인의 특수, 그리고 일반 상대성 이론을 절반가량 이해하는 수준이 될 듯하다. 빛의 속성과 시공간의 왜곡 같은 것들이 우주의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있다는 확신을 증명할 수는 있게 됐다.


얼마전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에 관한 논문을 읽게 됐다. 그 별을 돌고 있는 행성, 즉 ’프록시마b‘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것으로 추측됐는데, 그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거리인데, 놀라지 마시라. 4.24광년이다. 1광년은 빛이 1년간 가는 거리, 우리가 쓰는 단위로 환산하면 9조4600km, 만약 시속 900km인 비행기를 타고 그곳까지 가려면 80,00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구석기 시대 때 출발 했으면 지금쯤 도착을 했으려나 싶다.


그런데 그곳을 진짜 가겠다는 프로젝트가 현재 연구중이라고 한다. ’광돛‘ 우주선 프로젝트다. 강력한 에너지의 힘으로 빛의 속도에 가까운 우주선을 개발한다는 얘기다. 빛은 질량이 없으므로 인간이 만드는 모든 건 빛의 속도에 도달할 수가 없다는 이론에 정면 도전을 하는 셈이다. 지구에서 프록시마b까지 20년이 걸리도록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 지구의 자원이 언젠가는 메마르기 때문에 이주를 생각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하다.


사람들은 잘 모를거다. 밤하늘에 보이는 무수한 별들이 모두 태양과 같은 항성(恒星)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우리 별 지구‘라는 표현은 틀린 셈이다. 별의 특징은 스스로 빛을 낸다는 점인데, 지구와 같은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낼 수가 없다. 모두 태양빛을 받아서 빛이나고 있는거다.


그럼 우리가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무수한 별들은 얼마나 멀리있을까. 또 비행기를 타보자. 대략 10만년 이상은 가야되는 거리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별들이 육안으로 보이는 것이다. 실은 10만년 전에 출발한 빛이 이제서야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이 무수한 별들과 다른 점 하나는 그냥 우리 지구에 가까이(1억5천만km) 있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다른 별과 다르게 붉고 크게 보이는 것이다. 이 얼마나 신비로운가.ㅎㅎ


우주에 가까이 가고싶다. 공부하는 동안 다시한번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면, 내가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우주의 언어를 빌려 로맨틱한 편지를 건네는 상상도 해본다. 박사가 되면 대학 강연도 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견학을 가보는 꿈도 꾼다.


결국 블랙홀의 입구, 즉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이 해답을 찾고 싶다고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시 만난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