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설거지를 하다말고 이른 점심 무렵 작은 박스를 들고 퇴근한 남편의 모습을 보고 직감을 한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농을 던지고 손에 묻은 물기를 남편에게 털어내며 장난을 건다. 순간 정적이 흐르고, 아내는 남편을 와락 껴안으며 나즈막이 말을 건넨다.
"수고했어 김부장"
복받쳤던 아내는 울고, 그제서야 김낙수 부장도 “미안해”라는 말과 함께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그렇게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은 2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 한다.
이게 무슨 일이람. 춘추 대낮에 혼자 가게에 틀어박혀 드라마를 보다가 눈물이 멈추지를 않다니. 근 10년 상간에 눈물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는 모양이다. 낯 부끄럽고 남사스러울 일이다.
대학 졸업 후 신림동 고시원에 틀어박혀 계속해서 취업에 낙방하던 터에 당시 살아계시던 아버지로부터 받은 문자 한통. "기헌아 너무 마음쓰지 말고 정 힘들면 안동에 다시 내려와도 된다. 사랑한다 내 아들."
그리고 10년간 서울에서의 회사 생활을 마치고 퇴사하던 날 엄마로부터 받은 문자 한통. "참 고생 많았다 내 아들."
김낙수의 아내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나 싶다. 여러 말 보태지 않아도 '참 고생했다'는 이 한 마디가 나는 참 좋더라.
평행선처럼 닮아있던 지난 날이 나도 모르게 이 드라마를 보며 생각났나보다. 덕분에 잊고지낸 눈물이 오히려 반갑다.
류시화 선생께서 그린 소금별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이유를 생각케 된다.
'눈물을 흘리면 소금별이 녹아 버리기 때문. 소금별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깜빡이네. 소금별이 더 많이 반짝이는 건 그 때문이지.'
우리 지구별이 반짝이는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을거다. 세상의 모든 김부장을 응원한다. 고생 많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