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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Jul 20. 2022

우리, 공부 합시다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으로 연이틀 온나라가 들석인다. 노벨상 보다 받기가 어렵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요즘은 똑똑한 분들을 보면 눈이 즐겁다. 과거에야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경외시 하거나 선망의 대상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들의 지성을 이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41살 즈음 되니 이제서야 경쟁에서 수용으로 마음 전환이 됐나보다.


나는 어려서부터 ‘수포자’는 아니였지만, 미적분 등 수학의 기초만 이해하는 수준이지, 대수기하학 등을 기초로 한 난제 등은 들여다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학창시절 때 전국 수학 경시 대회에서 입상한 경험도 있지만, 그건 오직 공식을 달달외운 이들에게 차례로 주어지는 줄세우기 정도의 의미였던 것 같다.


케케묵은 난제를 풀어내고, 세상에 없던 이론을 창궐하는 천재들에게 비할 바가 아니란 뜻이다. 우리나라의 공부방식은 늘 그래왔다. 달달 외우고 제일 정확히 외운 사람이 명문대에 직행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허 교수님 같은 천재들을 보면 눈이 즐거워 진다. 그저 외우는게 아닌, 인류가 풀지못한 난제들을 증명해 내기 때문이다.


호프 자런이 쓴 <랩걸>이라는 책에서는 학교의 한 동아리 학생들이 모여 함께 연구하고 공부를 해가는 모습들을 묘사해가며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본다. 상아탑 아래에서 밤새 머리를 맞대며 결과물을 찾으려 애쓰던 그 시절의 기억들. 학과 건물 불들이 다 꺼진 후엔 작은 동아리 방으로 옮겨 자판기 커피에 의지해 밤새 지혜를 모아가던 그 시절들. 캠퍼스에서 사랑 고백을 받거나, 때론 사랑 고백을 했던 기억들까지.


캠퍼스의 기억은 그래서 늘 낭만적인지 모른다. 허 교수는 “저에게 수학은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 인간이라는 종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이 고민조차 어쩌면 캠퍼스에서 즐길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다.


오늘 밤은 어둠이 짙게 내린 어느 대학의 캠퍼스에서 선후배들과 모여 밤새 난제를 풀어내려 열심히 공부하는 꿈을 꿔봤으면 좋겠다. 저 건너편 건물엔 불 밝힌 허 교수님의 연구실도 보이는 거다.


#허준이교수

#필즈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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