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누나와 오사카 버스킹

[SE2:E04]

by 인규파크

'평생을 그토록 원했던 길을 가고 있음에도 막상 그 길을 걷고 있을 땐 내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비로소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되거나 운이 나쁘면 평생 모를 수도 있다'




다합에서 만난 승무원 누나와 오사카에서 버스킹을 하기로 했다. 이번에 누나가 다니는 항공사에서 오사카 비행 스케줄이 잡혔다는 말에 곧장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연락을 했기 때문이다.


24년도 7월에 다합에서 만났을 때 장난반 진담반으로 나중에 다시 만나면 버스킹을 하자고 했었다. 얼마 시간이 흐르지 않아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사실 나도 그렇고 누나도 진짜로 하게 될 줄은 몰랐을 거다.


스크린샷 2025-02-12 오전 12.06.53.png 하루 일진이 안 좋은 날


사실 버스킹을 하기로 한 당일 감기 몸살에 속도 부글부글하고 심히 피곤했다. 귀찮아서 하기 싫었고 그래서 미루고 싶었다. 하지만 뱉은 말은 꼭 지켜야 하는 가오가 있기에..


누나도 카타르에서 일본까지 일을 하면서 날아왔기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오랜만에 본 김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야기나 하고 헤어질까 했다. 하지만 뭔가 이런 기회가 마지막일 것 같다는 생각에 꾹 참고 버스킹을 강행했다.


스크린샷 2025-02-12 오전 12.06.26.png 막상 시작하려니 떨리지


사실 우린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었다. 버스킹을 하기 전에 준비를 하려고 했지만 각자 다른 나라에 있었고 음성 딜레이 때문에 제대로 된 불가능했다.


버스킹이란 자고로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재밌는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시작했다.


일본에 오자마자 끼니도 대충 때우고 곧장 만나서 시작했음에도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스크린샷 2025-02-12 오전 12.06.01.png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버스킹


그렇게 글리코상을 배경으로 버스킹을 하게 되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지금 보니 낭만이 흘러넘쳐 보인다. 낭만 뭐 별거 없다. 불편하고 부끄럽고 떨리고 힘들고 이상하면 그게 낭만이다.


물론 누나도 나도 버스킹을 하는 도중에 연거푸 " 이게 맞아? "라는 소리를 했던 것 같다. 이렇게 버스킹을 해도 되는 건지 긴가민가하고 얼떨떨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인생은 늘 부딪혀보는 거지


스크린샷 2025-02-12 오전 12.05.53.png 구경 오신 딕헌터님


누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딕헌터님이 놀러 오셨다. 같이 노래를 하자고 꼬셨지만 안타깝게도 실패~ 첫 만남에 무리한 부탁이었을 텐데 유쾌하게 거절해 주셔서 다행이었다.


영상에서만 보고 실제로는 처음 뵈었는데 키도 되게 크시고 잘생겼다. 짧은 시간 내에 선하다는 느낌을 주기가 쉽지가 않은데 인상 깊었다. 앞으로의 횡보가 궁금한 사람이다.


스크린샷 2025-02-12 오전 12.06.46.png 버스킹이 끝나면


새벽이 되어서야 버스킹을 마무리했다. 구경 오신 관객분들이 노래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드렸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더 걸렸다. 누나와 같이 부른 노래가 많지는 않았다. 3~4곡 정도?


사실 버스킹을 끝내고 내면 항상 허무한 감정이 밀려들어온다. 돈을 얼마나 받던 사람들의 호응이 얼마나 좋았던 상관없이 이놈의 감정은 항상 내 곁에 머문다.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하다 보면 앞으로 그게 뭔지 알 수 있겠지?


한낱 버스커의 심정도 이러한데 월드스타들은 도대체 어떠할까? 그 느낌이 어떨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지?


스크린샷 2025-02-12 오전 12.19.00.png 재밌었던 누나


버스킹이 끝난 후 맥주 한잔 하며 회포를 푸는데 참 감사하게도 너무나 재미있었던 경험이라며 누나는 내게 연거푸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승무원 일에 있어 여러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지만 오늘 큰 감사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다른 직업이었으면 이런 기회도 쉽게 가지지 못했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여러 세계 곳곳을 유랑하며 일하는 직업은 보기에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저마다 사정은 있는 법이고 또 들여다보면 결국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귀한 시간을 내어준 누나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오늘의 포스팅 여기서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이 날 이후부터는 이제 혼자서 버스킹을 하게 된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기에 설레고 떨리고 무섭고 포기하고 싶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길은 펼쳐졌고 난 그 길을 걷고 있다.


가기 싫어도 가고 싶어도 가야 하는 그 길. 이왕 걸어야 할 길 맘껏 후회하며 한번 걸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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