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중요하다.
3. 회사의 분위기
분위기는 중요하다.
사람의 분위기가 중요하듯 회사의 분위기 또한 중요하다. 그것은 회사의 성향이며 앞으로 당신이 앞도당할 환경이다. 그리고 당신이 회사를 떠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당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조목조목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진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 라는 이야기는 너무 피상적이다. 나는 소규모 항공사와 대형 항공사를 모두 다녀보았다. 정말 확연히 다른 분위기에, 나의 비교는 멈추지 않았다. 모두 장단점은 있다. 그러나 대형 항공사가 구멍 가게처럼 굴러갈 때 일은 커진다.
물론 모두가, 회사의 그런 횡포를 나무라지 않는다. 이미 젖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 거기에서 멈추면 당신도 같은 사람이 된다. 그건 당신의 선택이다. 그래서 나는 물러섰다. 제 3자가 되었고 나는 좀 더 차가운 사회인이 되었다. 허나 나는 업무가 주어졌을 때 늘 최선을 다한다. 살아보니, 일해보니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더라. 급 나누기에 급급한 한국 사회와 달리 세상은 좀 더 넓고 다양했다. 나의 시야는 미국에서 일하면서 무한대로 넓어졌다. 나는 더 이상 학교에 의지하는 한낱 학생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미국에서 돌아와 4학년을 보내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종착지는 여기였다, 지금의 항공사에 멀리 돌아왔지만, 내가 돌아온 길은 하나하나 내게 도움을 주고 있다. 나는 취업을 늦게 한 편이라 정말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므로 내게는 많은 비교 대상이 있다. 나는 내 경험으로 순위를 매길 수 있다.
경험은 당신을 증명한다. 그리고 회사의 경험도 그러할 것이다. 크루를 무시하고, 로봇인지 노예인지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 회사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승객들은 중요하다. 하지만 크루없이 비행할 수 있는 항공사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승객의 의견, 고충 모두 중요하다. 다만 그 의견과 고충에 지나치게 빠져들 때, 회사가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할 때 그 흐름은 뒤바뀐다. 회사의 미래가 정해지는 것이다. 다른 누구보다 항공사에서 크루의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나 회사가 그 중요성을 잃었을 때, 그 가치는 알아보지 못하고 무시할 때 그 미래도 어두울 것이다. 대체적으로 아시아는 인구가 줄어들 예정이며, 더 이상 출산을 하지 않는 흐름이 있다. 회사는, 퇴사자가 많은 것은 당연하며 아직도 많은 예비 승무원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새로운 승무원이 들어올지 모를 일이다. 가장 회사에 충성하던 세력이 움직일 때, 그 미래 또한 보장하기 힘들 것이다. 항공 업계는 치열하며 명성은 또 언제 바닥으로 곤두박질칠지 모를 알량함이다. 모두가 보는 미래를, 스스로 보지 못한다면 객관화는 떨어지고 불투명함으로 승부할 뿐이다. 메타인지는 중요하고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1위자리를 위협하는 항공사는 늘 생기기 마련이다. 왕관을 지키고 싶은가? 그렇다고 보기에 당신들의 전략은, 애초에 목표를 잘못 정했다. 또한 자원은 한계가 있다. 언제까지고 오일이 전세계가 추구하는 연료일 순 없다. 한계는 늘 온다.
우리 회사는 브리핑에서조차도, 초반의 트레이닝에서부터도 강압적이고 딱딱한 편이다. 나는 처음에 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누구도 빠르게 적응하긴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목표가 있었기에, 적응을 위해 노력했다. 나는 브리핑 룸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빼면 딱히 웃지 않는 크루가 되었다. 기내에서도 사실 우리는 웃을 시간이 없다. 너무 바빠 앉을 시간조차 없는 비행도 있다. 6시간 비행, 3개의 서비스. 우리는 10분도 채 앉아 있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여행을 많이 해서 부러워 한다. 하지만 18시간 레이오버에서 그들이 말하는 '여행'을 할 수 있는 크루는 많지 않다.
나는 회사에서 드라마를 만드는 크루들을 본 적이 있다. 왜 저럴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회사는 우리에게 귀기울이지 않는다. 결국엔 회사가 초래한 것이다. 크루는 마땅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다. 법에도 쓰여질 정도로 우리의 권리는 분명하다. 그러나 세계적인 인권을 무시하고 짓밟는다면 그 회사엔 참으로 문제가 많을 것이다.
나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을 여기에 와서 실감했다. 회사는 때론 부모님보다도 내게 더 집착한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너는 성인이니까'라는 말로 일축하며 방관한다. 나는 어떤 분위기에 나를 맞춰야 하는지 참 많이 고민했다. 그러나 지금은 고민하지 않는다. 나는 나이며, 회사는 회사다.
때로 회사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거나 크루라는 직업과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는 이들을 본다. 문제는 늘 깊다. 회사와 나를 늘 분리해야 한다. 퇴근 후, 나는 크루가 더 이상 크루가 아니다. 나는 부모님의 딸이며 동생들의 누나이고 누군가의 친구이며 어떤 소중한 이의 연인이다. 회사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어떤 직업이나 마찬가지지만, 대형 항공사의 간판이 그리고 크루라는 직업이 당신을 말해주지 않는다. 이 사실을 인지 하지 못하고 조인한다면 당신은 크게 후회할지 모른다. 이를 유념하여 조인을 생각하길 바란다. 오늘도 무한한 응원을 보내며 글을 마친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