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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하는우주인 Oct 04. 2024

2. 정서

공유하는 정서는 의외로 중요하다.


2. 정서

한정서!! 말고, 공유하는 문화, 정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 먹겠다. 너는 내게 거짓말을 했다.” 그는 소리를 질렀고 손님들은 일제히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왜 소리를 질렀느냐? 내가 치킨에 밥, 고기에 감자라고 말한 것을 자기 혼자 고기에 감자가 나왔다고 판단하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나는 스페셜밀 외에도 모든 손님을 먹이고자 하는 우리 회사의 욕구를 이해한다. 먹고 내린다면, 추후의 컴플레인도 막을 있고 승객의 건강도 챙길 있다. 그래서 부러 먹지 않은 승객의 좌석을 공유해 달라는 수퍼바이저도 있다. 내가 충격받은 부분은 그는 성인 남성이었다는 사실이다. 나를 다시 불러, 내가 오해한 것 같으니 치킨으로 바꿔 달라고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는 그저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마치 유치원 선생님이 된 듯한 착각을 느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하기할 때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으며 내렸다. 이런 일은 흔하다. 


공유하는 정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아시아는 아시아 문화권, 중동은 중동의 문화권에 있다. 물론 인간은 공통의 정서를 공유하지만 아시아와 중동 사이의 간극을 넘긴 어렵다. 


실례로 나는 중동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면서, 애정없이 기르는 상황을 많이 목격한다. 그들의 아이를 기르는 것은 보모이다. 그들은 필리핀 등 아시아 문화권에서 왔다. 아이들은 부모와 감정적으로 교류할 수 없다. 내 보기에 보모가 더 아이를 잘 아는 듯하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같은 문화를 형성한다. 나는 남이 아이를 낳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며,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에 이뤄진 일일 터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아이가 부모의 사랑에 대한 결핍으로 자라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중동 승객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웠다. 예의범절은 차치하고서라도 내게는 좀 다른 문화권 사람들처럼 느껴졌고, 그게 맞았다. 필리핀, 태국 등 같은 아시아에서 온 동료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도 이제는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정서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한 1년 고생한 이유는 이들을 이해해보려 했던 나의 사치스러운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문화는 중요하다. 그 문화를 구성하는 정서 또한. 그 흐름, 분위기. 복도나 갤리를 제 집 마당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본다. 안전에 대해 설명하지만 사실 내게는 그들을 저지할 권리가 없다. 만약 나의 부모님이었다면 그리 놔두지 않았으리라 생각할 뿐이다. 혹 나의 아이였다면 그렇게 두지 않으리라 생각하면 반면교사 삼는다. 이 문화권에서 보낸 시간들은 내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그 과정에서 배웠고 또 나아갔다. 분명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여전히 특정 비행기에 오르면 초반부터, 드라마를 만들어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이들을 본다. 물론 이해한다. 돈을 지불했으므로 정당한 댓가를 얻고자 하는 마음. 그러나 그것이 도를 지나치면, 나는 이해를 포기한다. 이코노미 승객은 비즈니스에 가기 위해서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그런다. 내가 그라운드에서 지불하려고 했는데 깜빡했다, 지금 지불할테니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 해달라.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당신이 정말 돈이 있었다면, 애초에 비즈니스를 예약하는게 맞는 선택이 아닐까. 


나는 또한 타 항공사와 비교하며 나의 회사를 비하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건 의미가 없다. 나는 정중하게 그 회사를 이용할 것을 요청한다. 자신이 원한 대답이 아니기에, 다른 크루를 찾는다. 하지만 그 크루가 해줄 수 있는 대답도 동일하다. 당신은 내 앞에서 그 회사와 우리 회사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일련의 과정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승객들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복잡한 것까지 컴플레인하기에 이른다. 그들을 이해한다. 불편을 감수하며 비행기를 타고자 하는 이들이 어디 있을까? 비행기는 때로 가장 오래 걸리는 이동 수단이며, 가장 비싼 걸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해가 도를 넘으면 나도 이를 멈춘다. 


인간이 동물이기 이전에 교양인일 수 있는 이유는 교양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규칙을 준수하고 예의범절을 지키며 타인을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걸 멈춘 이들에 호응할 생각은 없다. 나는 승무원이지 그들의 보모나 유치원 선생님이 아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그런 특정 승객이 같은 곳에서 왔다면 나는 더 생각해볼 필요가 없다.  


정서와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당신의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언제나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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