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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설렘병법

설렘 미학 2

세상 끝에서 추락할 때 날개 돋아난다

by 절대신비


연애라는 개인차원 사건에서 어장관리란
미숙하고 얄팍한 술수지만

정치*라는 공공 차원에서 그것은
고도의 전략이다.


식객 관리와 같다.

옛날 세력가들은 사랑채에 수많은 식객 거느렸다.


바로 세력!

식객은 재주가 하나만 있어도
퍽 쓸모 있는 도구가 된다.
도둑 사기꾼도 한 번은 쓸 수 있다.

적은 가까이 두고 굽어살필 필요 있다.
수박*도 깨질 때까지는

하릴없이 밥 먹여줄 수 있다.

쓸모없는 이야말로 비로소 딱 한 번
쓸모 있기 때문이다.

감정 배제하고 상황 장악하는 것
세력으로 승부하는 것
그것이 정치.

독재는 악惡이지만 그로 인해
극한 찍고
역설 너머
차원 도약*할 수 있다.

희망이란

절망이라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

도약의 날개는 언제나

벼랑 끝에서 한 발 내디딜 때 돋아난다.


그 아스라한 낭떠러지에는 이름이 있다.

부정 통과한 긍정

죽음 뚫고 나아가는 생

‘나’를 죽이고 ‘너’를 살려야 내가 사는 역설


여기서 '너'는 '나'를 뺀 세계다.

적일 수도 있다.


역사의 적

문명의 적

지성의 적

인간의 적일 수 있다.

인류의 적일 수 있다.


사사로운 원한이 아니라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선 기세로 분노할 것
추락과 우화羽化의 힘으로 처단할 것


세상 끝에 서야 비로소 또 다른 세계 펼쳐진다.








*정치: 세상에 정치 아닌 일 없다. 두 사람이 있으면 권력관계 형성되고 정치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럴 때 약자는 약자가 아니고 강자는 강자가 아니다. 서사 무르익으면 반전 일어나고 마일리지 쌓이면 전복 일어난다. 모든 것 뒤집힌다. 매 순간 무럭무럭 자라나는 역설의 날개여.

*수박: 내부의 적. 겉은 초록이고 속은 빨갛다는 데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용어. 처음에는 천박한 뉘앙스에 반감을 표현한 시민들이 꽤 있었다. 비속어나 은어 취급받았으며 사용하기 꺼려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정치인들 행태가 비속어 수준 훌쩍 넘어서게 되자 수박이라는 단어의 저속함이 상쇄되어 버렸다. 수박 대신 배신자라고 표현하기도 애매하다. ‘한 번 배신한 자도 두 번 배신할 때까지는 밥 먹여줄 수 있다’라고 쓰자니 문장 참 퍽퍽하지 않은가.

*차원도약: 필자가 명명한 깨달음 제1 용어. 2차원 납작한 평면적 사고에서 3차원 입체 사고로 점프하는 것을 말한다. 부정 통과해야 긍정이고 죽음 뚫고 나아가야 비로소 생生이다.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이육사 시인의 절정(1940년) 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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