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짐의 미학
잡고 싶을수록
놓을 수밖에 없다.
집착될수록
뒤돌아설 수밖에 없다.
가슴 무너져 내리는 것
즐길 수밖에 없다.
그런 식으로
설렘 앓을 수밖에 없다.
'나'를 죽이고
관계 살리면
날마다 아플 수 있다.
별빛 뒤에 서서
적막 살리면
아스라하게 피어날 수 있다.
빛과 함께 부서지다 보면
빛을 타고 달릴 수 있다.
인생,
아프지 않다면 가짜
즐겁지 않았다면 허사
장대하게 부서져 내리지 않는다면
견고하지 않았던 것.
생은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
세계는 슬로비디오로 상영된다.
우주가 다 늘어지지 않도록
신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아슬아슬
긴장 늦추지 않는 우리의 영화
설렘 앓고
적막 받아들이고
파괴 달게 씹어 삼키고
무너짐의 공명에 전율하는
부서짐의 미학
우리 날마다 달콤하게 훼손된다.
반짝이는 먼지로 날아가자.
우리 왔던 저 빅뱅
한 점으로 돌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