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 대상에 대한 관측자의 진술은
어차피 진리가 아니다.
누가 뭐라고 말하건 그건 자기 고백이자
감정의 투사 혹은
제 영혼이 살고 있는 주소
말이라는 칼은
물성 있는 진짜 칼보다 날카로울 수 있지만
또한 헛껍데기 종이보다 보잘것없을 수 있다.
누군가 사력 다해 찔러도
피 한 방울 나기는커녕
도리어 튕겨 나갈 수 있다.
다시 제 주인에게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 기어코 거대한 벽이 된다면
천년을 사는 한 그루 나무 된다면.
‘나’를 죽이는 말에 심기일전하고
살리는 말에 은인자중 할 수 있다.
살리는 말이란 칭찬 아니면 아부
칭찬이나 아부에는 관측 대상 통제하려는
관측자의 무의식적 의도 숨겨져 있다.
해묵은 습관 너덜너덜 붙어 있다.
세상에서 인정받는 일이란 나쁠 게 없지만
인간 존재 의미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것
존재를 짓눌러 땅속으로 꺼지게 만드는
그 무시무시한 허무는 벗어날 도리 없는 것.
존재란 존재 자체 내의 대칭과 균형
무게중심*
외력에 맞서는 내력*
스트레스 그 자체.
존재한다는 것은
자기 내면의 무게중심 찾는
물리학적 탐구
깨달음이란
스트레스 즐기는 힘*
무게중심 잡고 외력에 대항하며
스트레스 즐길 수 있다면
비로소 ‘존재’라고 명명할 수 있다.
외부 세계와
균형 잡힌 관계 맺고 있다는 증명.
꾸준히 외부로 진출하여
자기 영토 넓히는 것*
제가 서 있는 길과 접점 찾는 일련의 행위가
바로 사는 일이다.
깨달음이다.
정리하자.
칭찬이든 경멸이든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먼지 같은
우주 떠도는 부유물
몸을 한껏 부풀려
우주만큼 크게 확장하면
우리 안에 둥둥 떠다니는 티끌 감상할 수 있다.
그 우주 먼지들은 관측자 각자의
바운더리와 가치관.
더 이상 '나'의 일이 아니라 우주의 일
태초에서 비롯된 신비
악인도 귀여워 보일 수 있다.
연쇄살인범도 불쌍해 보일 수 있다.
내란외환범도 안쓰러울 수 있다.
환경에 부화뇌동하지 않아도 된다.
외부 조건에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지지받고 싶지 않은 이에게 지지받는 일은
우리 수치가 될 터
허무는 외부에서 쳐들어오는 적군이 아니라
우리 텅 빈 내면에서 솟아나는 바람
‘나’라는 폐허에서 부서져 내리는
잔해.
진화론에서도
환경과 지나치게 상호작용하는 종은
대멸종 맞는 법
환경과 데면데면 약한 종이
오히려 대멸종 이후 그 땅 주인이 된다.
일희일비 촐싹거리지 않는 굳건한 족속이
새로운 땅의 리더 된다.
‘나’를 죽이는 말에 심기일전하고
살리는 말에 은인자중 하자.
하늘이 무너져도 의연하게
땅도 솟아나도 태연하게.
*무게중심: 무게중심은 내력을 담보한다.
*내력: 외력에 대항하는 힘. 내력은 변형력 즉 스트레스를 말한다. 무게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외력에 굳건하게 버틸 수 있다. 제1법칙 내력 법칙을 말한다.
*스트레스 즐기는 힘: 깨달음을 한마디로 정의한 것. 이 책 안에는 깨달음에의 정의가 여럿 등장한다. 그중 하나.
*꾸준히 외부로 진출하여 자기 영토 넓히는 것: 제2법칙 바운더리 확장 법칙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