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이 별처럼 흐르고 너와 내가 한데 뒤섞여 혼동되는 이 광대한 우주에서 나는 문득 답답증 느낄 때 있다. 그래서 또 떠난다. 매일 이방인 된다. 든든하게 우뚝 서 있는 고향에 찾아가 볼 비비며 내 영혼 잠시 내려놓기 위하여.
지구 고향 삼으려고 지구 떠나고 우주 품에 안으려 우주 떠난다. 사랑하려고 사랑해야 할 이 떠난다. 사무치게 그리울 때 떠난다. 온 생 긍지로 채우려고 떠난다. 만나려고 헤어지고 그득하게 품으려고 허허롭게 두 팔 벌린다. 몸에 묻은 삶의 찌꺼기 훌훌 털어내고 오늘 처음인 듯 너와 만난다. 태곳적 순수의 자세로 이 순간을 걷는다.
그러므로 내가 아직 떠나지도 못한 이여.
내 그리움의 안뜰에 꽃잎 쌓였다.
당신 오시는 걸음마다 발자국 위에 고이기 위하여,
그대 속눈썹 위에 살포시 얹히기 위하여.
아니 아니,
오늘도 위대한 계절이 진다.
뭉게구름 저 설산의 이마에 걸렸다.
대양이 포효하고 지구가 부지런히
태양 끌어안는다.
우주가 한 꺼풀 신비 벗고
숭고하게 속살 드러낸다.
당신 섬광 같은 그 자태에 의하여
강철도 녹아내릴 이 뜨거운 심장에 의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