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울만의 ‘동급생’ 중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하마스는 150여 명의 인질을 가자지구에 끌고 갔고 전쟁 닷새째에 사망자가 2천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보복공습으로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고 지상군 투입준비는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거대한 폭발음, 두려움으로 가득 찬 고성과 절규, 죽음의 공포는 폭격으로 허물어진 모래성 같아 보이는 건물들, 파란 하늘에 그어진 시커멓고 무서운 로켓의 비행운들의 사진에는 들리지 않는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세계지도 위의 이해관계를 나타내는 화살표와 단호한 표정의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얼굴들, 증시의 호재악재를 따지는 경제기사들은 전쟁을 실감할 수 없게 만든다.
하마스의 공격을 피해 10개월 된 쌍둥이 자녀를 숨겨서 살리고 하마스 무장대원에 의해 살해당한 이스라엘 부부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몇 개의 미사일이 발사되었고 몇 명의 사상자가 발생되었는지 보다 이런 기사가 더 와닿는 것은 그것이 전쟁의 참모습을, 지금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더 잘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은 평범하게 일상의 삶을 살던 보통 사람들에게 전쟁이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 보여준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책이다. 지금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전쟁으로 겪고 있을 고통, 그리고 앞으로도 겪게 될 고통이 책의 첫 문단에 생생히 적혀 있다.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넘는, 9천 일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별다른 희망도 없이 그저 애쓰거나 일한다는 느낌으로 공허한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갔다. 그중 많은 나날들이 죽은 나무에 매달린 마른 잎들처럼 종작없고 따분했다.(프레드 울만의 ‘동급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