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아예 사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
처음 책을 시작한 건 2025년이지만, 2026년에야 끝마친 책. 많은 정보와 주제들로 조금씩 읽고, 쉬었다가 또 읽었다. 나도 새옷을 거의 사지 않지만 살 때는 ‘이런 건 없으니까..’ ‘오랫동안 사고 싶었으니까…’ ‘할인하니까 하나만’ 등등의 변명을 만든다. 특히 어릴수록, 젊을수록 환경 문제 중 옷을 사지 않는게 가장 어려운 실천이다. 옷은 어디에나 있고 너무 싼옷부터 값비싼 것까지 다양하니까. 즉각적으로 손에 들어와 바로 만족시켜줄 수 있으니까.
나는 주로 빈티지 옷가게나 요즘에는 중고 옷 전문 앱으로 옷을 많이 산다. 하지만 빈티지를 사는 것도 이렇게 쉽게 사고 - 버려지는 악순환을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새 옷을 살 때도 ‘마음에 안들면 중고로 팔아버리면 되니까’라고 더 쉽게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의류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교통, 항공을 합친 것보다 높다는 게 매우 충격이었다. 내가 발생시키는 탄소중 가장 해악은 1년에 한번 한국행 비행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옷을 사지 않는것, 패스트 패션에 제동을 거는 것도 채식을 하거나 비행기를 타지 않고 여행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이론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저자처럼 새 옷을 아예 사지 않는 것은 직장에 다니는 한 어려울 것 같다. 은퇴를 하면 가능할지도? 직장용 바지, 직장용 신발을 사듯이 직장인이 되니 주말용 취미용 옷보다 출퇴근복이 더 필요해졌다. 남들이 보기에는 간신히 예의를 갖춘 것 같겠지만 내딴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입고 나간다. 또, 독일에 온 첫 해에 사서 8년째 입고 있는 겨울 패딩은 소매가 닳아서 헤졌다. 후줄근해보이지만 뿌듯하기도 하고, 또 남들눈에도 보일까 신경쓰이기도 한다.
“아름다움을 벗어나 ‘라이프스타일’의 신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겼다. ‘자기관리’나 ‘갓생’ 정도의 이름으로 모습을 바꾼 것이다. “모델 업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업계는 여성이 남성보다 자주 앞서갈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라고 지아 톨렌티노는 지적한다. 여성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과 자본과 정치를 끌어모아 이상적인 자아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사이 옷은 해마다 1000억 벌이상 만들어지고 330억 벌씩 버려진다. 생산하는 옷도, 출시되자마자 버려지는 옷도 이렇게나 많은데, 패스트패션 업계에서 이 문제를 외면한 채 ‘친환경’을 입에 올리는 건 어불성설이다. 생산 과정에서 원단 하나마 바꿨을 뿐 그렇게 만들어진 옷의 생애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싼값에 팔려 옷장에 머물다가, 한 계절이 지나면 금세 버려져 소각장이나 개발도상국의 강산에 쌓이는 옷의 슬픈 여정은 매한가지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마치 지난달 자라 신상품 코너에서 봤을 법한 빨간색 원피스를 빈티지숍에서 보게 된다면, ‘건졌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시한부 신세에 처한 옷의 생애를 겨우 눈꼽만큼 연장 시킬 뿐이라면 빈티지 의류를 사 입는 것도 유효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만큼 매일같이 옷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의미니까. 옷이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버려지는 과정 자체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감이 느껴졌다.
결국 내가 다시 깨달은 핵심은 옷을 사지 않는 것이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플라스틱 컵 대신 종이컵을 쓰는 것은 제로웨이스트가 아니다. (…) 내 수중에 있는 물건을 되도록 여러 번 오랫동안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제로웨이스트다. ”
“평소 환경보호를 열렬히 외치지만, 아침에 일어나 빵을 토스트기에 굽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성실히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엄청난 탄소와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그런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어서 내 삶에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하나씩 떼어내기로 했다. 그렇게 가장 먼저 이별하게 된 것이 쇼핑이었다. (...)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불필요하게 착취하거나 낭비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게는 멋이자 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