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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하우스 이야기

by 이철규미동이

"워찌, 물이 안 냐온 겨"
"걸씨유"
"어쩌까이"

주방이며 세면대조차 기척 없다.
감감 잠잠 소리 없다.
물 없는 살이. 생각만 해도 참담해진다.
앙코 없는 찐빵, 붕어 없는 붕어빵보다 심란하다.

한동안 비워둔 시골집.
잘 나오던 물이 끊겼다. 어디에 문제인가.
수중펌프인가. 주입구인가.
몇 년 동안 잘 살았었는데... 감잡기 힘들다.
설마? 심층펌프가 고장 났을 리가.
얼마나 꽁꽁 싸 맺는데.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유행가처럼,
담요로 꽁꽁 방수카바로 꽁꽁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았다!
계량기 動破다.
해빙되면 저절로 물이 나오리라는 순진한 생각.
계량기 파손에 발목 잡혔다.
입춘 이후 몰아닥친 한파와 폭설.
주인 없이 일주일 비워둔 집이 결정타.
럴수럴수 이럴 수가.
지난 2주 전까지 한파도 잘 견뎠는데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시골살이.
물먹는 하마도 있지만 돈 먹는 하마도 있다.
'시골 세컨드하우스'
야금야금 푼돈 먹더니 가끔 목돈도 꿀꺽한다.
원래 세컨드(?) 관리는 돈이 많이 든다.
곳간부실하면 이별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뒷짐 지고 '나 몰라라'할 수 없는 현실.
무모하게 대시했다가 패가망신한 삶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집 세컨드은 본부인이 들어앉으니
패가망신할 이유는 없으렷다.

시골살이. 야금야금 돈 먹는 하마다.
농기구. 종자. 농약. 유지보수. 객토
숨만 쉬어도 나가는 기본 비용에다가,
눈떠면 돈 달라고 달려드는 소소한 것이 많다.

시골살이.
미련을 떨칠 수 없는 이점도 있다.
도심지 복잡한 현실 자동차 환경오염에서 벗어나
신선한 공기. 정서안정. 푸른 산.
자급자족 농작물. 소채류와 먹거리까지.
주변 산을 오르내리며 산이 주는 매력.

봄. 산딸기. 블루베리. 머위. 취나물. 가지. 오이.
여름. 아스파라거스. 능개승마. 소채류
가을. 도토리. 밤. 호박 고구마
겨울. 실내 패치카 난로 위 고구마. 군밤. 동치미국

자연과 함께하는 物我一切.
功過와 利害得失에서 보자면
功이 70 이요 過가 30이라.

소소히 돈 먹는 전원살이지만
도심과 시골을 오가며 참살이 있기에
시골살이 매력이 아닐갑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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