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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Nov 10. 2023

임플란트, 합이 일곱 개라니까요!

오늘 치과에 가는 날이다. 얼마 전에 흔들려서 뽑아버린 이를 치료받는 날이다. 임플란트가 벌써 일곱 번째다. 거기다 브리지 한 것을 더 하면 합이 열세 개다. 위아래 할 것 없이 성한 게 없다. 이가 이 정도면 다른 곳은 어쩌겠나. 망가지는 육신을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악착스레 살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숨을 안 쉴 수도 없는 일이다. 내게 할당된 시간만 무사히 채웠으면 한다.     


이 이야기가 나오니 몇 년 전 일이 생각난다. 내가 칠순이 되던 해에 자식들이 잔치하자는 것을 펄쩍 뛰었더니 그러면 여행을 가라고 했다. 그러기로 하고 예약을 했는데 나한테 일이 생겨서 이 년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떠난 곳이 내가 벼르던 미얀마였다. 우리 내외와 야구로 유명한 선린상고 동창 다섯 명이다. 아주 단출한 게 마음이 아주 편했다.   

   

그런데 미얀마에 도착해서 입국 절차까지 다 마쳤는데 무슨 일인지 공항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나중에야 안 일인데 일행 중 한 사람이 인천공항 화장실에다 틀니를 놓고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화로 틀니를 찾아달라고 연락하느라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두고 올 게 따로 있지, 틀니를, 그것도 화장실에 왜 두고 왔느냐는 것이다. 

참, 어처구니가 뭔지 아세요? 나도 귀동냥한 건데 그게 맷돌의 손잡이가 어처구니라고 합디다. 어때요? 어처구니없지요?      


어쨌든 인천 공항 화장실에는 버려진 틀니가 없다는 연락이 왔다. 이건 무슨 방법이 없는 일이다. 그분은 젊었을 때 어디 경찰서장까지 했던 분인데 늙을 말년에 곤란한 일을 겪게 되었다. 여행 내내 식사할 때 입을 어떻게 할 줄 몰라 하는 그분이 안쓰러웠다.   

   

사건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돌아오기 이틀 전에 선린상고 동창 제군들이 드디어 미얀마의 룸살롱에 가셨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나는 아내가 있어서 열외 시키고 역전의 전우들이 뭉친 것이다. 

그분들의 나이를 따져보니 모두 나보다 다섯 살이 많은 일흔일곱 살이었다. 우리 옛말에 남자는 볏짚 한 단 들 기운만 있으면 못 할 짓이 없다 했다. 나는 틀니를 분실한 분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서장님도 아가씨를 곁에 앉혔습니까?”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다닌 여행 중 그때같이 극적인 여행은 없었다. 

코로나가 풀리면 또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내 임플란트 공사도 다 끝난다. 

임플란트는 수시로 뺄 수 없으니 화장실에 두고 오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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