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모든 것이 다 젖어 있다. 밤에 비가 온 모양이다.
그런 일은 일부러 살피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모르고 지내는 일이 밤에 조용하게 내리다 멎는 비뿐이겠나.
마땅히 알아야 할 일도 하얗게 지워진 일이 잦다. 국가 안위를 다투는 일도 그랬었다.
비 그친지 얼마나 되지도 않았는데, 그 짧은 시간에 남은 흔적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햇빛이 쨍한 것도 아닌데 놀랄 정도로 빠르게 마르고 있다.
잠시 후면 비의 흔적은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그건 개개의 슬픔만은 아니다.
아직은 남아, 자신의 설움을 알려야 할 사연까지 덩달아 지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한(恨)은 형체도 없을 가슴에 새길 수밖에 없겠다.
서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