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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Nov 20. 2023

알았다가 모르는 것

전에는 알았는데 지금은 모르는 것. 

그런 것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잊은 양이 많고 넓어지고 있으니 은근히 겁이 난다. 

예전에는 잊은 게 있으면 ’건망증‘이라 생각하고 별 이상한 일로 취급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나이가 되니 내가 뭐를 잊었다면 곁에 있는 사람이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은 내 상태를 ’건망증‘이 아닌 ‘치매’라 판단하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뜻이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만 기분이 찜찜하다.    

 

“사진 찍어서 핸드폰으로 보내주세요” 처음 듣는 소리는 아니다. 

일단 사진은 찍었다. 그걸 보내려고 하는데 그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것을·····. 

전에는 알았는데·····.    

 

짧지만 명확하게 말하면 잊었다.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이다. 상대는 내 설명을 듣고 별 내색은 없지만, 농담 한마디 없는 것을 보면 이 인간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었겠다고 의심하게 된다.

이게 바로 자격지심(自激之心)이라는 것 같은데, 갈수록 심해질 것 같다.     


핸드폰에 문자가 떴다. 

올해 나이 75세. 성별은 남자. 밤색 바지를 입었으며 신발은 검은 운동화를 신었음. 

이런 분을 보신 분이 있으시면 가까운 경찰서로 연락 바랍니다.     


기시감(旣視感)이 든다.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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