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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Dec 11. 2023

개와 개 같은 사람들의 합창

1. 개 팔자    

  

한여름에 나무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자는 개를 바라보면 마음이 착잡하다. 그도 어려움이 왜 없겠냐만 그래도 외양으로 보면 그렇게 여유가 있어 보인다.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부러워서 한 말이 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이 녀석들에게도 가슴 졸이던 시절이 있긴 있었으나, 이제 보신탕을 못 먹게 하는 바람에 얘들은 한결 편케 잘 여유가 생겼다.     


2. 개똥도 약에 쓰려면 안 보인다      


큰길 중앙에 이 녀석이 엉거주춤 서더니, 좌우 살피지도 않고 응가를 한다. 인간이 그랬다면 신문에 날 일이다. 목줄을 느슨하게 쥐고 있던 멋쟁이 여인이 부스럭거리며 비닐을 꺼내 아주 조심스레 주워 담는다. 물론 약에 쓸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세상에 개똥을 볼 수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다.  

    

3. 개판      


개 스물두 마리가 편을 갈라 축구 시합을 하면 그 경기를 뭐라고 하지? 

정답은 개판이라 한다고 들었다.  

    

4. 개 같은 사람들의 합창     


그들은 날마다는 아니지만, 그 개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자신더러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라고 말하는, 개 같은 사람을 만나면 정말 화가 난다. 

그들 중에 개만도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그들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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