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가 깔끔하게 물러가는 것을 경험한 기억이 없다. 그렇더라도 머리 동여매고 계속 누워있을 일도 아니다. 어찌 생각하면,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는 마음으로 좀 더 쉴 생각도 했으나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사무실에 나와서 견딜 요량이었다.
사무실 청소는 내가 한다. 사무실에는 나 혼자밖에 없으니 그건 아주 당연한 일이다.
지난 수요일이었을 것이다. 감기가 심해서 망설이며 청소하다가 걸레가 더러워 빨 요량으로 화장실에 갔었다.
그런데 다음날 사무실을 아무리 찾아도 걸레가 안 보인다.
골똘히 생각했다. 더러운 걸레가 욕심나서 훔쳐 갈 사람은 없다. 거의 한 시간을 정도를 생각하다 어렴풋이 어제 화장실에 두고 온 게 생각났다.
걸레를 수도 곁에 두고 소변을 보고는 그냥 느긋하게 돌아와 버린 것이다.
청소하다 걸레 빨러 나간 사람이 그 사실을 깡그리 잊다니·····.
그랬어도 청소하던 중이었다는 의식 같은 게 있었다면 금방 깨달을 수 있었을 일인데, 청소하던 일 자체를 잊었다는 게 더 한심했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다. 충격적이다.
나이는 먹었어도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은 맹세하건대 단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을 달랠 어떤 방법도 찾을 길이 없다.
모든 노인이 두려워하는 치매.
나도 피해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을 내내 하고 있다.
문득 안쓰러웠다. 자신이.
그래서 남은 주일 내내 우울한 마음으로 치매 증상에 가슴을 앓는 중이다.
사실은, 생명을 단축하는 병이 아니라는 게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