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하고 같이 산 지가 벌써 50년을 넘어서고 있다. 어떤 식으로 해석해도 짧은 시간이 아니다.
내가 객지에서 혼자 사는 처지여서 자연스레 결혼을 빨리했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게 밥하고 빨래하는 불편을 참지 못함인지 아니면, 퇴근하고 혼자 어두운 방에 더듬거리며 전등을 찾아 불을 켜는 게 견딜 수 없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른다. 그 아득한 시간을 돌아보면 아직은 가슴을 후비는 후회 같은 게 없어서 다행이다.
지금 시간은 새벽 세 시를 조금 넘었다. 곁에는 아내가 곤히 자고 있다.
날이 추워지자 아내는 베개를 들고 내가 자는 방으로 왔다. 돈도 없는 늙은이들이 각 방 쓰느라 난방비를 올릴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 말속에 봄이 되면 다시 가겠다는 뜻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나는 모른 척하고 곁을 조금 넓혀 줬다. 이 나이에, 명분이 어떤들 그게 무슨 대수라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