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며 달라지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는 어느 경우에도 일단은 사양하는 게 미덕이라는 풍조에 익숙해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젊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하찌! 이 빵 하나 먹을 거야?”
나는 머뭇거리다 “별생각이 없는데…”라고 한다.
사실은 그 빵이 정말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덥석 먹겠다고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다.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없지만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여정이는 더 이상 권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제 어미와 빵을 먹어 치운다. 그냥 먹는 게 아니라 먹어 치워버리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되지만, 속에서는 섭섭한 마음이 있다는 뜻이다. 한 번 더 권하지 않고선….
이러한 심리 형태, 즉 밴댕이 속으로 변해가는 노인이 나 말고도 많은지는 모르겠다. 또한 이러한 성정이 나이를 먹으면서 더 심해질지, 아니면 차차 수그러들어 자상한 어른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매우 흥미 있는 일이다.
먹고 싶으면 먹고 싶다고 말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버스 지난 뒤에 엉거주춤 손들려다가 휭하니 떠나버린 후에야 멀어지는 차를 향해 주먹 불끈 쥐는 형국은 온당치 않다. 어른스럽지 않다는 말이다.
내가 올해 몇 살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