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끝이 날 선 요즘, 저잣거리 한쪽에 노인 두 분이 시금치며 겨울 나물 몇 옴큼을 앞에 두고 앉아 계시는 모습을 티브이를 통해서 본 적이 있다. 난로 같은 게 있을 턱이 없다. 털실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 감는 걸로 그만이다.
앞에 둔 저걸 다 팔면 얼마나 될까?
노인들이 하시는 이야기는 간단하다.
“집에서 놀면 뭐 하나요? 손주 새끼들 과잣값이나 벌면 그만이지!”
그렇다. 이런 날 경로당에 가면 다른 노인과 이야기도 나누고, 민화투라도 치면 그것도 하루를 보내는 방법이다. 점심 같은 건 그냥 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화투 쳐서 몇 푼 모이면 입가심할 과자 부스러기 같은 것을 사 먹기도 한단다.
그런데 그건 노는 것이지 일하는 게 아니다. 노는 게 편한 사람도 있지만 노는 게 편치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분들은 거의 다 ‘죽으면 썩을 육신 아껴서 뭐 하나.’라는 생각하고 있다.
저마다 취향과 생활 방식이 달라서 타인의 생활까지 참견할 수는 없지만, 일할 수 있는 여건이야말로 인간에게는 최상의 복이라는 생각된다.
나는 내가 노인이 될 거라는 생각을 깊이 한 적이 없다.
막막해서 의도적으로 생각을 피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정신 차리고 둘러보니 노인이 되어있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노년을 보낼 것인가?
쉬운 일일 것 같았는데 막상 내가 노인이 되고 보니 그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잘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