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와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고, ‘어쩌면’ 비가 내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 땅에서 줄곧 살아 온 우리는 그 ‘어쩌면’의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것을 잘 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끄트머리에 선 지금, 작게는 비 내리는 것부터 크게는 나라의 국기(國紀)까지 그 빌어먹을 ‘어쩌면’에 기대어 숨 쉬고, 그리 배우고, 또 후손에게 가르치고 있다.
내 생각에는, 오늘 같은 날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 내릴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날이 이리 웅크리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비는 거의 내렸었다. 불특정 다수에게 어떤 것과 유사(類似)하다고 척도(尺度)를 못 박는 것이 그 ‘어쩌면’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다.
뜬금없는 말 같지만, ‘어쩌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수삼 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도 있겠다고 나는 걱정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