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까불 때 알아봤다”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서 자랐다.
하는 짓을 봤을 때 그 짓의 끝이 보인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앞을 예단할 수 있는 영험함이 느껴지는 인품이라 나는 믿는다. 아직 어린 동생이 형에게 이런 소리를 했다가는 눈이 부어오를 정도로 맞아도 싸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겠다.
몇 년 전에, 술고래인 어느 사람이 단박에 로또에 당첨된 적이 있다.
손바닥에 이상한 글씨를 쓴 결과가 제대로 들어맞은 날이라고 삼천리강산이 난리였던 기억이 있다.
나는 고스톱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지만, 내 친구는 그 짓을 할 때마다, “노름은 손 털고 일어날 때 봐야 안다.”라고 말했다. 또 한 놈은 “초장에 촌놈 마라톤 하는 식으로 앞서가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다.”라는 말도 한다.
나는 그런 말을 대개는 수긍하는 마음으로 듣는다. 단박에 로또에 당첨되기도 하지만 그 한편에는, 처음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특별한 학교에서 수업받고 있는 인간도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동어반복이지만, 황홀하게 받아든 영광이 5년 후에는 바로 이상한 곳으로 주소를 이전한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자주 봐왔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붉은 벽돌담이 높은 곳 말이다.
요즘 나는 “까불 때 알아봤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역사란 상당한 부분을 각색도 없이 재방송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