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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Sep 13. 2024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

흑백 영화가 판을 치던 시절에 대한 어득한 추억 한 토막을 끌어 올려야겠다. 

이 나라의 남자로 거시기 달고 나온 사람은 나이 60에 접어드는 그 시절에, 약주 한 사발에 얼큰해서 죄 없는 탁자를 주먹으로 꽝 치고,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라며 그 휘황찬란한 ‘왕년’을 들먹이던 백전(百戰)의 용사들을 기억하실 것이다. 

요즘 젊은것들은 그럴 기백조차 없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 시절만 해도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많았고 그래서 그들의 결기는 하늘을 찔렀었다. 그래서, “내가 말이야. 왕년(往年)에 만주에서 개장사할 땐 말이야.”라고 비틀어 말하는 유행어가 바람을 탄 적도 있었다.  

   

나도 왕년에는 글을 무쟈게([대게,심하게]의 전라도 사투리. 무지하게의 준말이다.) 잘 쓰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그냥 폭삭 다 죽은 거지 뭐.

요즘은 글이 통 안 돼. 아직은 타자하는 데 손이 떨리거나 하지는 않은데, 알맞은 단어를 다 잊어버려서 사용할 수가 없어. 머리통이 하얗게 텅텅 비어버렸어. 글 한 줄을 쓰는데 한나절은 족히 보내야 하니 뭐. 생각이 떠올라야 글을 쓸 수 있는데 그게 어려워! 

     

그래도 왕년을 생각하면 내가 이래서는 안 되지, 하는 마음으로 말도 안 되는 글이지만 쓰게 되는 거야. 쩝.

허접한 글을 올려놓으면 어려운 걸음으로 찾아와 ‘좋아요’를 눌러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감사 인사도 못 하고 있어. 내가 그런 인사까지 다 차리다 보면, 한 달에 글 하나도 올릴 수 없을 거야. 아마. 내 신세가 이리될지 누가 알았겠어? 에~~효.  


       

추신 : 어쩌다 보니 나도 나이를 좀 먹어버렸네요. 전에도 글을 잘 썼던 적은 없었지만, 지금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일 부담이 되는 것이, 내방을 찾아오신 분들께 예의를 갖추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답글을 쓸 수가 없으니 안부 판을 열어둘 수가 없습니다. 

저를 아끼는 분들의 방을 찾아가서 인사 말씀을 올려야 하는데 그럴 짬이 없습니다. 제 방에 자주 찾아 주시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습니다. 항상 건강하신 생활을 지속하시길 빌겠습니다.     


여름이 가고 이제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부디, 항상 건강하세요.  



   

2024.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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