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한 걸음도 내딛기가 어렵다. 머뭇거리면서 길 한쪽 구석으로 비켜섰다. 엉거주춤한 게 설 수도 앉을 수도 없다.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도 나아지기는커녕 지날수록 아픔은 격해진다.
부부가 운동할 양으로 같이 걷다가 어느 한쪽이 도저히 걸을 수 없을 정도의 탈이 났을 때 어떻게 현명하게 수습할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엉금엉금 기어가듯 움직여 가까이에 있는 벤치에 거북한 자세로 앉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태로 더 걷는 건 무리인 것 같았다. 곁에 멀뚱하게 서 있는 아내에게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잠시 머뭇거리는 것 같다니 말없이 그냥 가버린다.
부부가 같이 가다 한 사람이 걸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남은 사람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피 흘리고 쓰러졌거나 척 봐서 구급차를 부를 정도가 아니면, 그냥 잠시 쉬고 있으라 말하고 본인은 하던 운동을 계속하는 건 상관없을까? 자신이 운동하고 오는 동안에 죽을 것 같지 않은 상태라면 꼭 운동을 중단할 것까진 없을 수도 있었겠다.
멍하니 앉아서, 멀어져 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이웃집 아저씨가 아니라, 검은 머리가 파 뿌리 꼴이 될 때까지 생을 같이하기로 약속한 영감이 아닌가 말이다. 한 이불을 덮고 잔지가 60년이 넘은 사람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휑하니 사라지는 모습은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았다.
엉금엉금 기듯이 걸어서 집에 돌아왔다. 얼마나 지났는지 아내의 목소리가 거실에서 들린디.
“집에까지 걸어온 걸 보니 허리가 부러진 건 아닌 모양이네.” 물론 농담일 것이다. 그러나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곤 꼭 3일을 말하지 않았다. 뺑덕어멈도 심청이 아버지에게 그렇게 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사랑스러워야 할 내 여편네는 나더러 ‘밴댕이 소갈머리’라고 한다.
나는 요즘 내가 일흔여섯 살을 먹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나잇값은 해야 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2024.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