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하고 왔다. 어제저녁에 제대로 자지 못한 탓인지 걷기가 힘들었다.
어제는 그래도 운동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었는데 오늘은 거의 안 보인다. 많은 사람이 어느 때 운동하러 나오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모든 날이 그날이 그날인 듯 순조롭게 이어지는데도 어느 날은 운동하러 나온 사람이 많고 또 어느 날은 거의 안 보이는 수준이니, 그 이유가 새삼 궁금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머쓱해졌다. 굳이 그런 일에까지 신경을 쓸 일이 아닌데 내가 생각해도 나는 좀 웃기는 꼴통이다. 쓸데없는 일을 걱정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기로 하고 세상에 나온 모양이다. 아무짝에도 쓸 곳 없는 놈 같으니라고·····. 쩝.
작년 가을까지는 종종 뵐 수 있던 할머니가 올봄부터 통 안 보이신다. 앉을 수 있는 의자 형식의 휠체어를 밀고 다니던 분인데, 잦은 건 아니지만 나와 마주치면 안부를 알뜰하게 챙기시던 할머니였다. 나를 볼 때마다 내 머리가 온통 하얀 게 돌아가신 영화배우 신성일 씨가 생각난다며 웃으셨다. 내가 신성일 씨보다 내가 더 잘 생겼다고 하면 아주 밝은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리셨었다.
올해 들어서는 볼 수 없는 그분의 모습을 생각해낸 내 가슴은 지울 수 없이 허전함에 젖게 된다.
안타깝지만 노인들이 안 보인다는 것은 대개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연세가 많은 분은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다. 상당 기간을 안 보이면 피할 수 없는 길을 가신 것으로 짐작해야 한다.
작년에는 미는 휠체어를 운전하시던 할머니가 제법 많았는데 이제는 딱 한 분만 보인다. 그 할머니는 몸이 많이 안 좋으신지 곁에 사람을 살필 여유마저 없으시다.
걷는 내내 마음이 안 좋다. 나하고는 겨우 몇 발자국밖에 차이가 없는 분들이다.
부디 평안하시오서소. 저도 금방 따라가겠습니다.
2024.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