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매일이 적자인 사람들

by 박재용

대한민국을 100가구가 사는 마을이라고 상상해 봅시다. 이 마을의 평균 가구는 한 달에 432만원을 벌고, 그중 140만원을 저축합니다. 흑자율이 32.6%입니다. "그럭저럭 괜찮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마을을 소득 순서대로 10등분해서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소득이 적은 1~4분위 가구들을 살펴보죠.


1분위 가구


근로자 가구 (가구주가 월급을 받는 가구)

처분가능소득: 119만원 지출: 134만원 적자: -16만원

월급이 119만원인데 생활비로 134만원이 나갑니다. 16만원씩 적자입니다. 저축은커녕 빚을 내거나 기존 저축을 까먹으며 살아갑니다.


근로자외 가구 (노인, 자영업자, 실업자 등)

처분가능소득: 21만원 지출: 118만원 적자: -97만원

월 소득 21만원으로 118만원을 씁니다. 적자가 97만원입니다.

이들은 누구일까요? 기초연금만 받는 노인 가구, 폐지를 줍는 독거노인, 장애로 일하지 못하는 가구, 조손가구, 실업 상태의 가구주


소득 21만원으로 어떻게 118만원을 쓸까요?

기존에 모아둔 저축을 까먹는 건 그나마 다행이겠죠. 그러나 별로 없는 경우입니다. 대부분 빚을 내고, 신용카드를 돌려막고.. 그럼에도 부족합니다. 월세를 밀리고, 공과금을 미루고, 병원을 포기합니다.


2분위 가구


근로자 가구

처분가능소득: 204만원 지출: 167만원 흑자: 37만원

드디어 흑자입니다! 한 달에 37만원을 저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기 이릅니다. 월 소득 204만원에서 167만원을 쓴다는 것은 여유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3인 가족 기준으로 월세 60만원, 식비 70만원, 교통통신비 30만원, 의복비·문화비 등 기타 비용만 해도 빠듯합니다.

37만원 저축도 불안합니다. 아이가 학원을 다니면? 가족 중 누가 아파서 병원비가 나가면? 더 중요한 것은 204만원이면 대부분 비정규직입니다. 언제 직장에서 짤릴지 모릅니다. 순식간에 적자로 돌아섭니다.


근로자외 가구

처분가능소득: 77만원 지출: 105만원 적자: -28만원

여전히 적자입니다. 77만원 벌어서 105만원을 씁니다. 일용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중 일부, 기초연금을 받으면서 파트타임 일을 하는 이들 그리고 실업급여를 받는 가구입니다.


3분위 가구


근로자 가구

처분가능소득: 247만원 지출: 183만원 흑자: 65만원

한 달에 65만원을 저축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합니다. 전세자금 대출 이자를 갚아야 하고, 자녀 교육비를 모아야 하고, 노후 준비를 하면서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질병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월 65만원 저축으로 감당해야 합니다.

더구나 소득 247만원 또한 대부분 비정규직임을 보여줍니다. 실제로는 저축이 아니라 "미래의 지출을 위한 임시 보관"에 가깝습니다.


근로자외 가구

처분가능소득: 113만원 지출: 137만원 적자: -24만원

3분위까지 와도 근로자외 가구는 여전히 적자입니다.


4분위 가구: "조금 여유가 생깁니다"


근로자 가구

처분가능소득: 291만원 지출: 217만원 흑자: 74만원

한 달에 74만원을 저축합니다. 1년이면 888만원입니다.

이 정도면 비상금을 모을 수 있습니다. 자녀 학원비를 조금 더 낼 수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정도 가까운 곳으로 가족 여행을 갈 수 있습니다. 전세자금을 모을 수 있습니다.


근로자외 가구

처분가능소득: 161만원 지출: 190만원 적자: -29만원

4분위까지 와도, 근로자외 가구는 여전히 적자입니다. 전체적으로 소득이 200만원 이하면 적자를 면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100가구 중 25가구는 항상 적자 상태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데이터 출처:

통계청,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통계청, 가계수지 분위별 통계


참고:

처분가능소득 = 소득 - 세금 - 사회보험료

흑자액 = 처분가능소득 - 소비지출

근로자 가구 = 가구주가 임금근로자인 가구

근로자외 가구 = 자영업자, 무직자, 연금생활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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