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빈곤

by 박재용

대한민국에서 독립한 청년 100명이 사는 마을을 상상해 봅시다. 이 마을에서 혼자 사는 청년은 50명입니다. 결혼해서 부부로 사는 청년도 있고, 룸메이트와 사는 청년도 있지만, 절반은 혼자 삽니다. 그런데 이 혼자 사는 50명 중 10명은 빈곤층입니다. 중위 소득의 50%도 벌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빈곤율이 10%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혼자 사는 청년은 그 두 배입니다.


15명은 소득의 30% 이상을 월세로 냅니다. 벌어서 집세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10명은 고시원이나 반지하, 옥탑방 아니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열악한 원룸에 삽니다.


청년 1인 가구의 급증


청년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5년에는 130만 8천 가구였던 것이 2019년에는 215만 3천 가구로 85만 가구가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청년가구는 오히려 25만 3천 가구가 감소했습니다. 저출산의 영향이죠.


무엇을 의미할까요?


결혼은 포기하지만 독립은 해야 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부모와 함께 살기보다는 혼자 살기를 선택하지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앞으로도 청년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그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이 가장 많다


저소득 1인 가구를 연령대별로 보면, 청년이 116만 8천 가구입니다. 중장년이 57만 5천 가구, 노년이 37만 9천 가구입니다. 중장년과 노년을 합쳐도 95만 4천 가구입니다. 청년이 중장년과 노년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왜일까요?

첫째, 청년 1인 가구 자체의 숫자가 많습니다. 노년 1인 가구도 많지만, 청년 1인 가구는 그보다 더 많습니다.

둘째, 청년 1인 가구 중 저소득층의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빈곤율이 20%에 이릅니다. 다섯 중 한 명이 빈곤층입니다.


셋째, 청년들의 소득 자체가 낮습니다. 특히 1인 가구로 독립한 청년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거나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습니다.


월세의 늪


청년 1인 가구의 가장 큰 문제는 월세입니다.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형태를 보면:

- 보증금 있는 월세: 54.6%

- 보증금 없는 월세: 10.9%

- 전세: 22.7%

- 기타: 11.8%


월세를 사는 비율이 65.5%입니다. 압도적입니다. 청년가구 전체로는 자가가 절반 이상이고, 청년부부가구도 전세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1인 가구는 사정이 다릅니다. 혼자 사는 청년 10명 중 6~7명은 월세를 냅니다.

더 심각한 것은 보증금 없는 월세입니다. 10.9%가 보증금도 없이 매달 월세만 냅니다. 보증금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초기 자금이 없다는 뜻입니다.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저축한 돈이 없거나, 빚이 있거나.

왜 이렇게 월세 비율이 높을까요?


첫째, 전세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 기준으로 원룸 전세가 최소 1억원은 됩니다. 1인 가구 평균 소득이 세전 연 2,856만원, 월 238만원입니다. 세금 떼고 나면 월 200만원 정도입니다. 월 200만원 버는 사람이 어떻게 1억원을 모읍니까? 한 푼도 안 쓰고 저축해도 4년이 걸립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부모가 도와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모든 청년의 부모가 1억원을 빌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저소득층 청년의 경우 대개 부모도 어렵습니다.


둘째, 도시, 특히 수도권에 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학도, 일자리도 도시에 있습니다. 청년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삽니다. 수도권이 평균 임금도 높고 일자리도 많기 때문입니다.


셋째, 소득 자체가 낮기 때문입니다.


1인 가구 평균 소득이 세전 연 2,856만원, 월 238만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평균입니다. 중위값은 이보다 더 낮습니다. 절반 정도는 세금 떼면 월 200만원이 되질 않습니다. 전체 청년의 20%를 차지하는 고졸 이하 학력의 경우 연 소득이 세전 2,351만원, 월 195만원입니다. 세금을 떼고 나면 전체의 절반 이상이 월 180만원이 되질 않습니다.


주거비 부담의 실체


청년 1인 가구 중 주거비가 소득의 30%를 넘는 경우가 30.8%입니다. (이런 경우를 주거빈곤이라 합니다.) 청년층 전체에서 주거비가 소득의 30%를 넘는 비율이 17.8%인 것에 비하면 거의 두 배입니다.


월 200만원 버는 사람이 60만원을 월세로 내면, 남는 돈은 140만원입니다. 여기서 식비, 교통비, 통신비, 의복비, 의료비, 경조사비 등을 써야 합니다. 월 180만원을 버는 사람은 54만원을 월세로 내면, 남는 돈은 126만원입니다. 식비로 월 50만원, 교통비 10만원, 주거관리비(수도세, 전기세, 도시가스 등) 5만원, 통신비 5만원을 쓰면 56만원밖에 남지 않습니다. 여기서 옷도 사고, 미용실도 가고, 친구 만나서 밥도 먹고, 병원도 가야 합니다. 보험도 들어야 하고요. 저축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가난한 청년들은 비싼 월세를 내고 더 가난해집니다.


주거 빈곤의 실체


월세가 비싸니, 청년들은 더 싼 곳을 찾습니다. 고시원입니다. 수도권에서 혼자 사는 청년 중 고시원으로 가는 비율이 꽤 높습니다. 고시원의 경우 매월 내는 돈이 30만원~40만원 정도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원룸에 살며 월세 50만원을 내는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고시원만의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전기세, 가스요금, 수도세 등 주거관리비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 비용만 따져도 월 5~10만원 정도가 줄어듭니다. 거기다 꽤 많은 고시원이 공동 주방에서 밥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라면을 끓이고 김치 정도만 있으면 건강에는 좋지 않지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기타 소소한 비용을 따지면 원룸에 사는 것보다 최소한 10~15만원 이상 절약됩니다.


더구나 고시원은 보증금이 없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원룸 월세는 보증금이 500만원~1,000만원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고시원은 첫 달 월세만 내면 됩니다. 거기에 고시원은 도심지에 있으니 직장이나 학교에서 가까운 곳을 구하기 쉽습니다. 교통비도 줄어들고, 길에 허비하는 시간도 줍니다.


하지만 고시원은 제대로 된 주거 공간이 아닙니다. 방 크기가 3~4평에 불과합니다. 창문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동입니다. 방음이 되지 않아 옆방 소리가 다 들립니다. 프라이버시가 없습니다. 이처럼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저소득 청년 1인 가구는 저소득 1인 청년 가구의 10.9%에 해당합니다. 혹은 반지하나 옥탑방에 거주하기도 합니다.


또 반지하나 옥탑방, 고시원이 아닌 원룸에 살더라도 제대로 된 주거환경이 아닌 경우가 꽤 됩니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사는 이들이 청년 1인 가구의 11.4%, 25만 1천 가구입니다.


데이터 출처:

- 국토연구원, '1인 가구 연령대별 주거 취약성 보완 방안', 박미선·우지윤, 2021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2년 빈곤통계연보

-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참고:

- 저소득층은 가처분 소득 1~4분위에 해당하는 이들을 지칭합니다.

- 빈곤율은 중위소득 50% 미만인 가구의 비율입니다.

- 청년은 20~30대, 중장년은 40~50대, 노년은 60대 이상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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