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오후 4시다. 월요일은 회사 생활에서 가장 바쁜 날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 속 큰아이의 다급한 전화다. 전화를 받은 나에게 대뜸 한다는 말이
"나 오늘 학원 안 가"이다. 집에 와서는 공부를 안 하는 통에 학원은 웬만하면(아프지 않으면) 가야 된다는 것이 우리의 암묵적인 규칙이다.
그런데 사춘기 소녀가 먼저 학원을 안 간다며 선제공격에 들어온다.
하지만 오늘 나의 기분은 완전 다운. 영혼 탈탈 스트레스 가득! 그녀의 달갑지 않은 제안을 내가 덥석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안돼."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왜냐고 물어는 봤더니 친구 생일파티라고 한다.
친구 생일파티? 중학교 2학년이? 어쩐지 석연찮은 느낌이다. 다시 친구 누구? 그랬더니 말해도 엄마는 모른다고 했다.
수민이라고 했다.
수민이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그런 친구는 주변에 없다.
역시! 그녀는 나를 기만하고 후배하고 놀려고 했던 것이었다.
다시 한번 "안돼. 끊어."라고 했더니 순순히 물러서지 않는 그녀가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 따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나는 전화를 세차게 끊었다.
그것도 모자라 핸드폰을 꺼버렸다.
그 후 일어날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하였다.
나는 정말 태풍의 한가운데에 놓이게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추신: 제가 적는 모든 에피소드는 99프로가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