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기자 주성하의 북한 취재기
최인훈의 <광장>에서 주인공 이명준은 이념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푸른 바다로 몸을 던져버린다. 그가 푸른 광장이라고 부르는 바다만이 유일하게 그가 갈 수 있는 중립국이었으므로.
cf) 6.25 전쟁 이후 제3국행을 택한 포로들은 총 88명이며 남북한 이외에는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로 갔다구 함,,,
김일성종합대학 외문학부 출신으로 2002년 3월 16일 탈북에 성공하여, 남한에 정착했으며 2003년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로 입사한 주성하 기자의 저작이다. 배경을 알고나면 제목의 남과 북, 좌와 우의 경계라는 말이 공감된다. <광장> 속 이명준의 심정이 그러했을까.
“왜 목숨 걸고 여기에 왔는지 잊지 말라’며
불쑥불쑥 심장을 두드리는 무엇인가가 내 몸에 남아 있는 한 기꺼이 경계선에 서 있을 것이다.“
_「탈북해 한국에서 20년을 살아보니」에서
주성하 기자는 이명준과 정 반대의 대척점에 서 있다. 남한에서 영광을 찾아 월북했다 자유를 찾아서 중립국으로 떠난 이명준과 달리, 주성하 기자는 북한에서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왔다. 그가 서 있는 경계는 어떨까. 내 주변인이 모두 있는 곳에서도 흔하게 느끼는 감정이 외로움, 공허함인데 싶으면서도 내가 느끼는 그런 감정은 굶주림이 해결된 뒤에나 올 수 있는 사치의 감정이 아닌가 싶은 반성도.
사실 이미 이 분의 책을 몇 권 읽고, 압록강을 건널 때 김일성대 졸업장을 비닐에 두르고 품에 꼭 안고 왔다는 표현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그래서 친구 결혼식에 하객으로 오신다고 해서 너무 기뻤고(!) 싸인을 받아도 되냐고 엄청 조른 다음에 가져간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탈북 ~ 정착 수기와는 거리가 멀고, (그런 책은 이미 따로 많이 쓰셨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동아일보〉에 격주로 써왔던 150편에 가까운 칼럼이 실려있다. 취재하는 동안 느낀 점이나 2020년 이후 북한의 현실에 대해서 적은 것으로, 글 한 편 한 편이 짤막해서 가볍게 읽기 좋다. 특히 코로나 이후 북한의 실상에 대해 파악하기 쉬운데 아직까지 정보원을 잘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놀랍다.
북한의 정치사회 시스템을 볼 때면 조선 관료사회 같다. 채계구조가 생각보다 너무 잘 정착이 되어 있어 지배 100년도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나름(?) 쿠데타도 넘기고 제재도 넘기고… ㅋ; 위기를 넘겨가며 존속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민중만 불쌍하지…
어제 영화 하이재킹을 보고 이념 싸움이 남긴 여파가 70년된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뭐랄까, 군대라고 하면 우리 현대사회에서 생각보다 부조리, 계급, 사회적 인식 등과 더 결부돼 평가받는 면이 큰데, 하이재킹이 1970년도라고 생각하면 그때 50대 간부 이런 사람들은 1920년샌, 6.25 때 한창 현역에서 전투하던 사람들이니까. 이념과 북한에 대한 접근이 완전히 다를 것이다.
cf 2) 2000년대 중반 북경에서 생활할 때에 슈퍼 등 곳곳에 북한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그래서 읽으면서 그 생각이 났다. 내가 살던 지역은 대사관 밀집 지역이라 아래 사진과 유사한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2004년 한국국제학교에서 운영하던 한글학교에 다닐 때에는 한 무리의 탈북자들이 치외법권 지역인 줄 알고 갑자기 교장실에 들이닥친 적도 있다. 남북 우호관계 시절이라 탈북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라 북송위험이 컸는데 결국 협상이 잘 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은 학교 교실 몇 개를 비우고 일주일 정도 유숙을 했고,수업은 당연히 제대로 이루러지지 않았다. 그래도 학교는 꼬박꼬박 갔던 기억이… 언젠가 사서 선생님께서(난 맨날 도서관에 가 있는 웃긴 애였음 ㅋㅋ 도서관이라고 해봤자 책 몇 권 안된다. 그래도 그리스로마신화는 있었지〰️) 탈북자 친구들 갖다줄 책 몇 권 골라보라고 하셔서 고르면서, 아 내 또래도 있구나 싶었다. (접촉를 최대한 막았음)
자료 찾다보니 선생님들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