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처남의 어항이 우리 집 거실로 넘어온 건 순전히 '강아지' 때문이었다. 3자 어항에 자갈을 깔고 수초를 심으며 지극정성으로 열대어를 돌보던 처남의 사랑은 새 식구인 강아지에게 옮겨갔고, 졸지에 '애물단지'가 된 어항은 은근한 압박과 함께 나에게 배달되었다.
사실 열대어에 대한 기억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아들이 어렸을 적 작은 어항에 몇 마리 키워본 적이 있지만, 게으른 주인 탓에 며칠 못 가 명을 달리했던 씁쓸한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물 하나 없이 사람 셋만 사는 삭막한 집구석에 생기를 불어넣어 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팔을 걷어붙였다.
기왕 시작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 싶었다. 바닥에는 잔디처럼 폭신한 수초를 깔고, 화려한 열대어들 사이로 존재감을 뽐낼 안시롱핀 두 마리와 앙증맞은 체리새우들도 합사시켰다. 처음 몇 달은 지극정성이었다. 물이 조금만 탁해져도 환수를 해주고 이끼 하나 용납하지 않는 결벽에 가까운 관리를 이어갔다.
그런데 인생이 다 그렇듯, 열정도 시간이 지나면 식기 마련이다. 어느덧 환수 주기는 길어졌고, 언젠가부터는 물이 증발하면 그만큼 다시 채워 넣는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방치 공법'으로 관리법이 바뀌었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챙겨주는 무심한 주인의 손길 아래, 어항 속은 평화롭다 못해 정적마저 흘렀다.
하지만 그 '무관심'이 오히려 약이 되었던 걸까. 몇 달 뒤 정신을 차리고 어항 속을 들여다보니 경악을 금치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겨우 6마리 남짓하던 열대어는 어느새 30마리를 훌쩍 넘겼고, 수줍음 많던 안시롱핀은 대체 언제 일을 낸 건지 바닥에 새끼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번에 10마리 이상은 족히 태어난 듯했다. 열대어의 번식력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안시롱핀까지 이렇게 폭발적인 가계도를 그려낼 줄은 몰랐다.
나에게 숨겨진 '물 생활'의 재능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주인의 간섭이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녀석들이 본능에 충실해진 것인지 알 길은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이제 우리 집 어항은 포화 상태를 넘어 인구 밀도 초과라는 것.
중고 장터에 무료 분양 글을 올리고 나눔을 실천해 봐도, 어항 속은 여전히 '물 반 고기 반'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번식력 끝판왕인 이 녀석들의 새 주인이 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나는 이제 이 다복한 대가족을 뒤로하고, 조금은 정적인 다른 어종으로 넘어가 볼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퇴근 후 방에 들어섰을 때, 나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역시 이 녀석들이다. 물론 내가 반가운 게 아니라 '밥 주는 손'이 반가워 몰려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지만, 그 역동적인 환대 덕분에 오늘도 삭막했던 거실에 묘한 온기가 감돈다.
한 줄 요약: 분양 문의 받습니다. 안시롱핀과 열대어가 당신의 거실을 정글로 만들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