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극찬 맛집, 선릉 농민백암순대국 방문기!

by connecting dot

추적추적 비 오는 날. 낮술하기 딱 좋은, 아니 순대국 먹기 딱 좋은 날씨였다.

프로젝트에 치여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팀원 2명과 인턴 1명을 이끌고 선릉역 농민백암순대국집을 향해 출발했다. 전현무가 극찬했다는 그 집. 연예인 맛집 추천이라는 거 알면서도 왜인지 모르게 가보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나.

웨이팅 많다는 소문에 11시 10분 일찍 출발했건만, 비바람이 세게 몰아치는 4월 날씨에 도착해서 웨이팅 보드를 보니...

우리 번호 50번.

현재 23번까지 들어갔다고. 예상 대기시간 30~40분.

속으로 부글부글 끓이며 기다렸다. 맛없기만 해봐라. 진심으로.

40분 기다려 드디어 착석. 메뉴판을 보니

일반순대국 11,000원

특순대국 13,000원

순대국정식 17,000원


이 순간 머릿속이 바빠진다. 내가 최연장자에 직급도 높으니 또 내가 사야 하나... 근데 지난번에도 내가 긁었는데... 법카도 아니고 내 돈인데... 일반 4개면 그냥 내가 사야지, 근데 정식이면...

이런 계산을 하고 있을 때 팀원이 외친다.

"어렵게 왔으니 정식 먹어야죠!! 부장님, 비도 오는데 맥주 한 잔씩 해요~"

정식 4개에 맥주까지.

그래, 먹어라 먹어. 이번엔 뿐빠이다. 마음속으로 결의를 다졌다.

순대국이 나오기 전에 순대와 수육이 먼저 등장했는데, 수육이 진짜 야들야들하고 맛있었다. 본게임인 순대국은... 음. 준수했다. 와!! 는 아니고, 이 정도면 30분은 기다릴 만하네, 정도?

근데 사실 맛보다 분위기가 더 좋았다. 비 오는 창밖 보면서 팀원들이랑 맥주 한 잔. 그래, 직장인한테 이런 소소한 재미라도 있어야지.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잠깐의 일탈이었다.



다 먹고 나가는 길. 일부러 한 템포 늦게 움직였다.

역시나 눈치 보는 두 차장. (야, 너희도 차장이야, 차장!!)

내가 뒤로 오자 "뿐빠이 할까요~?" 가 나온다.

당연하지!! 라고 쿨하게 말하려다가... 마음이 약해졌다.

"1만 원씩만 보태. 나머진 내가 낼게."

...낼 거면 그냥 다 내든가. 찌질함의 극치인가 싶지만, 회사 돈도 아닌데 맨날 내 돈으로만 살 수는 없잖아. 이게 직장 생활 현실이지 뭐.

우여곡절 끝에 순대국 성지 한 곳을 정복했다.

내일은 금요일. 마음이 한결 가볍다.

저녁엔 와이프 꼬셔서 회나 한 접시 먹어야겠다.

오늘도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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