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의 중앙시장 옥경이네 건선생

기대와 현실 사이 어딘가..

by connecting dot

불금이었다. 지난주 와이프와 벼르고 벼르던 시장 나들이를 결국 못 갔던 터라, 이번엔 기어코 나섰다. 목적지는 중앙시장. 저녁도 먹고, 술도 한잔하고, 겸사겸사 밀린 데이트도 때울 겸.

드디어, 옥경이네 건선생

사실 이 집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예전에 동네 학부모들과 왔다가 줄이 너무 길어 발길을 돌렸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마음속 버킷리스트 한 켠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던 곳. 거기다 성시경의 유튜브 〈먹을텐데〉에서 극찬까지 받았으니, 기대감은 이미 천장을 찍고 있었다.

다행히 조금 이른 저녁이라 만석은 아니었고,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드디어다.

4만원짜리 소자, 그런데 양이 꽤 된다

메뉴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성시경이 극찬했다는 갑오징어 구이와, 또 하나의 시그니처인 민어구이. 둘 다 소자로 주문했다.

그런데 가격표를 보니 접시당 4만 원. 소자가. 순간 살짝 움찔했지만, 막상 나온 걸 보니 양이 제법 됐다. 그러자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이 양을 중자로 팔고, 소자는 양을 좀 줄여서 가격 문턱을 낮추는 게 낫지 않을까.'

소비자 입장에서 괜히 한번 메뉴 기획을 해봤다.

갑오징어 — 나쁘지 않았지만, 감동은 없었다

먼저 나온 갑오징어 구이. 두툼하게 썰려 나온 비주얼은 합격점이었고, 소스도 풍미가 있었다. 그런데 뭔가 아쉬웠다. 기대했던 그 촉촉하고 탱글한 식감이 없었달까. 맛있긴 했다. 근데 딱 거기까지였다. 유튜브에서 성시경이 눈을 감으며 감탄하던 그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며 한 점 집었는데, 현실은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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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구이 — 이건 좀 많이 아쉬웠다

문제는 다음 타자였다. 민어구이가 나왔을 때, 비주얼은 꽤 그럴싸했다. 그런데 한 점 베어 무는 순간, 직감이 왔다.

오버쿡이다.

살이 말라 있었고, 며칠 묵힌 생선처럼 질겼다. 4만 원짜리 소자 민어구이에서 이 식감이 나오면 좀 억울하다. 맛집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초심을 잃은 건지, 아니면 원래 이 수준인데 유튜브 홍보 효과에 내가 혹한 건지.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결론: 와이프랑 데이트하고 술 한잔하는 용도로는 충분하다. 하지만 다음에 일부러 다시 찾아오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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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부르고, 발길은 가볍고

원래 계획은 시장 내 유명 오뎅 맛집까지 2차로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자 두 접시만으로 이미 배가 팽팽해졌다. 미련 없이 포기.

대신 중앙시장에서 집까지 40분 거리를 걸어가기로 했다. 날씨가 좋았으니까. 걸으면서 중간중간 눈에 들어오는 식당들을 기웃거리며 "다음엔 저기 가볼까" 하고 낄낄거렸다. 둘이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나눠 먹으며 시장 골목을 빠져나왔다.

옥경이네에서의 소소한 실망감은, 어느새 그 산책길에서 다 녹아버렸다.

에필로그

집에 돌아오는 길, 와이프가 말했다.

"금요일 퇴근하고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하는 게 로망이었는데."

완벽하게 이루진 않았지만, 비슷하게는 이루어진 하루였다. 시장 골목의 불빛, 나눠 먹은 아이스크림, 40분의 산책.

맛집 방문기치고는 좀 밍밍한 후기지만, 데이트 일기로는 꽤 괜찮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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