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한복판에서 건네는 것들에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서 한동안 걷지 못했다.
라이언고슬링이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간 영화였다. 미식축구에서 패색이 짙은 경기 종료 직전, 멀리 던지는 롱패스. 누군가는 그걸 '헤일메리 패스'라 부른다고 한다. 마지막 희망이라는 이름을 달고, 거의 닿지 않을 곳을 향해 던지는 공. 영화는 그 이름을 제목으로 달고 시작된다.
태양이 죽어가고 있다. 30년 안에 지구 문명은 끝난다. 그 종말을 막기 위한 마지막 시도. 그것이 프로젝트 헤일메리였다.
그레이스는 눈을 뜬다. 우주선 안에서.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기억이란 게 참 이상하다. 잊고 싶은 것은 선명하게 남고, 가장 중요한 순간은 흐릿하게 지워진다. 그레이스는 살살 우주선을 뒤지며, 지구의 상태가 어떤지,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를 조각조각 맞춰나간다. 함께 탔던 두 사람이 이미 사망했다는 것도 그렇게 알게 된다.
과학 용어들이 쏟아지고, 상황은 거의 희박하다 못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희박함이 오히려 이야기를 단단하게 만든다. 지구에서 과학 교사였던 그가 이 프로젝트에 오르게 된 과정들이 기억 속에서 조금씩 피를 조각 맞추듯 맞춰지고, 그레이스는 자신에게 남겨진 마지막 임무를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광활한 우주 한복판에서, 그는 로키를 만난다.
같은 목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혼자서 여기까지 온 또 다른 행성의 존재. 영화는 이 지점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SF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건 우정이었다. 아주 단단하고, 아주 조용한 우정.
외롭게 시들어 죽을지도 몰랐던 고요함 속에서, 나를 알아주는 존재를 만난다는 것. 나를 찾아주고, 나를 이해해주는 존재가 나타난다는 것. 그게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인지, 영화는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보여준다. 그레이스와 로키가 함께하는 매일, 매 시간, 매 순간으로.
라이언 고슬링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빛났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감각적인 감정과 유머, 그리고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살짝 숨겨둔 쓸쓸함. 그걸 표정 하나, 눈빛 하나로 다 담아내는 배우다. 로키가 그레이스의 영역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리고 함께 지구라는 행성을 알아가는 장면들이 얼마나 따뜻하고 넉넉했는지. 나도 모르게 그 온기에 기대고 있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외계 생명체와 나누는 우정을 그린 영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결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 그 연결이 얼마나 사람을 살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
극장을 나오며 오래 걷지 못했던 건,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