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이 조각모음
고나영 예술의 피란처
피라미드로 성화 된 그녀의 예술세계는 고나영 작가가 꿈꾸는 피란처이다. 몸과 마음의 안전지대이자 시공간이 멈추어 세상이 정화되고 고결한 곳!
그녀는 언제부터 왜 피라미드에 집중하였을까?
그 기간은 어느덧 15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다. 아마도 그녀가 대학 시절 ‘대체의학’을 전공하면서부터였을 것으로 본다. 식물과 신체의 원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산과 들로 약초를 찾아다니며 연구했던 5년의 세월은 눈에 보이는 세상 이외의 몸, 마음과 정신세계에 관심을 가지는 관문이 되었을 터다.
그녀의 두 번째 학업은 미술이었고 서양화를 전공하여 현대미술을 접하게 되면서 전에 익혔던 정신세계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피라미드라는 형상과 의미에 귀착되었던 것이다.
피라미드를 그리고 만들고 그곳에 예술의 행위로 오브제 장치를 추가하며 심신의 안녕과 휴식을 마주하게 된다. 피라미드 작업은 그동안 다양한 재료, 캔버스 위에 회화, 비닐 테이프, 털실, 종이 등으로 다양하게 변모하며 표현되었고 설치의 형상도 변화를 거쳤다.
그리하다 최근, 범유행 시대에 들어서는 수없이 버려지는 1회 용 비닐들과 다양한 지지체들로 바뀌게 된다. 버려지는 비닐들을 모아서 피라미드를 만드는 이유도 아마 피라미드라는 숭고한 성역에 빠진 그녀로서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다양한 비닐의 종류와 색과 재질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었던가? 이제는 더는 간과 할 수 없는 1회용품들의 쉽게 버려지는 비닐들의 종류들을 바라보며 생각하게 된다. 삶의 편리함에만 안주할 것인가?
버려지는 간편한 이 비닐 재료들은 고나영 작가의 성화된 공간 피라미드 안에서 다시 활용되며, 잘게 나뉘고 다시 연결되는 비닐들로 새로워지며 우리에게 편안함과 불편함 이 두 가지를 던져 준다. 그래서 선택한 그녀의 ‘일회용 비닐’ 재료들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마음의 짐을 조금은 가볍게 한다.
이번 전시 ‘무명이의 조각모음’은 2021년 ‘달리는 무명이’ 개인전 이후 1년 만으로 청년작가로서 본인의 위치와 정체성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쉽게 버려지고 잊히는 일회용 비닐과 같은 존재들이 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을 쳐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뇌하는 범유행 시대였으니. 그래서 우리는 응원한다. 청년들의 창작예술 활동을!
그녀의 피라미드가 진정 꿈꾸고 위안이 되는 시간을.
그녀는 본인의 삶의 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 것들을 행하는데 독서, 명상, 드로잉, 쓰기, 절, 걷기, 그중 ‘달리기’를 단연 최고로 여긴다. 지난 개인전 제목이 ‘달리는 무명이’었던 것을 보면 알 수있듯이. 이젠 그 고민을 담았던 불안한 청년의 삶을 극복하기 위한 꾸준한 작은 실천들은 삶의 완성을 위한 그녀 삶의 근육들이 되고 있다.
컴퓨터가 ‘디스크 조각모음’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효율성을 높이듯, 부족한 인생의 부분을 ‘그녀 인생 디스크 조각 모임’ 실행으로 오늘도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걷고 달리고, 자르고 묶고, 그림 그리고 칠하고, 빈둥거리고 놀며 사유하고 발전한다. 이 모든 소소한 삶의 조각들이 모여 멋진 삶의 디스크 조각모임이 됨을 바라며 오늘도 삶의 피란처를 좇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