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무의식의 물살에 집을 짓는 행위이다.
무의식은 쉼 없이 흐르고 우리의 내면 안에 여러 가지 형태로 웅크리고 있다가 파도와 만나 하나의 파장을 내어 우리의 삶을 송두리 채 뒤흔들어 놓는다. 그러한 무의식은 가장 솔직하고 단순하며 정직하다.
그 무의식을 어떠한 색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미술은 무의식의 근원을 찾기에 적합한 장르로서 어떠한 경계선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술이라는 영역은 미술작가 만의 것도 아니고 어느 누구라도 표현하고 창작할 수 있어 무언가를 그리고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타낸다. 그래서 말을 하지 못하거나 심적으로 마음이 닫혀 있는 상처받은 사람들에게도 가장 손쉽게 정신의 영역마저 내어 주어 치유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 이렇듯 미술은 마술처럼 신비롭다.
남기 작가는 군산에서 미술작가로 활동 중인 멋진 청년이다.
자폐성발달장애가 있으나 적극적인 어머니의 정성어린 돌봄과 이남기 특유의 순수함과 뛰어난 집중력으로 미술작업을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남기작가만의 고유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대상을 바라보고 이미지로 저장하여 단순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해내는 매우 독자적인 영역을 갖추고 있다. 이미지의 재해석, 대상의 단순화, 색감의 자유로운 조합 등이 자동화되어 이루어진다. 짙은 초록빛과 붉은 색, 분홍색과 다홍색과 연분홍색, 연둣빛과 귤색과 자줏빛, 벚꽃색과 보라색과 하늘색 등 남기의 그림에는 조화로운 색들이 자유로이 너울거린다. 그 어느 화가보다도 색감이 풍부하고 자유롭다.
특성상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완성되는 그의 그림은 아름답고 해맑으며 보는 이를 순수함으로 이끄는 매력이 있다. 장애를 가졌다고 하긴 엔 너무나 밝은 그의 그림은 현대를 살아가는 지친 이들에게 마음의 쉼을 내어준다. 단순한 구도가 그러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가 그러하며 어린아이 같은 시선이 그러하다. 지친 마음은 무장 해제되어 이완되고 만다.
꽃잎을 노란 눈발처럼 흩날리게 표현한 <산수유>, 호랑이 등을 시원하게 긁어 줄 정도의 청량한 색감을 지닌 <호랑가시나무>, 다양한 색감으로 화려한 나뭇잎과 아름다운 생명력을 지닌 <동백>, 한없이 해맑은 황소의 눈망울을 가진 <소 농장>, 동화 속과 같은 <행복한 마을>과 <강이 있는 마을>. 그의 작품은 한 점 한 점 이야기가 있고 감성이 흐른다. 남기만의 시간이 흐른다.
비언어적인 미술의 언어가 우리에게 남기의 손을 타고 무장해제 된 편안한 집 한편을 내어 준다. 편히 쉬었다 가라고 손짓 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2019년 이남기 작가 개인전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