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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영 May 31. 2024

진단받은 지 7개월 차 공황과 우울증 환자지만,

예상되는 고통을 감내할 만큼의 가치

곧 여름이 될 것만 같은 날이다. 지금으로부터 반년 전이었던 작년 12월 공황장애와 불안장애 더불어 ADHD까지 진단받았다. 시간이 흘러, 난 더 이상 회사에 안 간다. 스트레스가 줄어 이전과 같은 증상이 자주 찾아오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자취를 감춘 것도 아니다.


초 시계처럼 증상과 기분이 호전이 되었다가 다시 더 깊은 우울이나 불안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최대한 햇빛을 자주 보고, 공기를 마시고, 천천히 말하면서 사람들의 맨 뒤에서 걸으려고 한다.


내가 병을 깨닫고 난 후, 대게 많은 사람들이 병 뒤에 숨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너무 잔인하게 들렸다. 여전히 상처다. 절대로 타인의 아픔에 대해, 겪어보지 못한 병이라면 더더욱, ‘병 뒤에 숨지 말라고’ 혹은 ‘약에 너무 의존하는 거 같아’라는 말하지 말어야겠다고 하루에도 수십 번 다짐했다.


내 주변 사람에게 나의 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응급한 상황에 상대가 당황할까 미리 언질을 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위로나 이해는 바랄 생각도 없다. 하지만 다들 내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라, 병을 앞세워 배려를 받고자 오해를 했다. 이 것 또한 내가 지금도 앞으로도 견뎌내야 하는 것들이겠지.


마음의 감기니까 훌훌 털고 일어나라는 말은 타인이 아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와야 한단 사실을 내 마음속 이 병의 존재 인지하고 난 뒤에야  깨달았다. 난 여태 무지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위선을 그리고 상처를 주었을까.


당연한 일상이 절대로 당연하지 않기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용기가 필요한지 알기에, 사람을 마주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주 많이 노력했다는 것임을 내가 스스로 알기 때문에 그러기에 지금 나는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이미 충분히 오늘도 열심히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당신과 시간을 보내려 하는 것 자체로도 이미 예상이 되는 고통을 감내할 만큼 좋아하고,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걸 아주 잠깐이라도 잠시 생각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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