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인간의 모든 것이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세상에서, 사랑이란 감정은 나에게 무(無)였다.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 사랑을 느낄 수 없어 모른다는 표현이 더 맞으려나.
무던히 이런 바삭하게 말라버린 마음을 스스로 라도 가여히 여기며 살리라 다짐했었다. 오래전 큰 상처를 받은 이래로 누군갈 사랑한다는 건 나에게 너무나 큰 욕심이었다. 사랑이 아닌 정을 택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 말해주면, 그 상대를 영원히 아껴주리라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의 모양이라며 믿었다.
누군가와 일상을 주고받는 대화를 시작했을 무렵, 심장 아래 어딘가에서 쿡 아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제길.
난 사랑을 모르는 게 아니라,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랑이란 감정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비슷한 류의 이성에게 또 사랑에 빠진다.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세상의 모든 게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아름답고, 역겨우며, 찬란하고 이질스러운가.
모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