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로 틀려도 괜찮아!
오늘은 오랜만에 독서 모임에 참석했다.
요즘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지 못해서 참석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모임은 책이 지정되어 있다 보니(*지정된 도서를 읽고 참석하는 모임),
책을 정하는 수고가 생략되어서인지 술술 읽고 참석까지 할 수 있었다.
이번 모임에서 읽은 책은 <2025 제16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오랜만에 소설을 접하니 집중이 잘 안 돼서 몇 번이고 같은 부분을 다시 읽었다.
그래도 에세이만 고집하는 나 같은
‘책 편식주의자’에게는 이번 독서 모임은 분명 좋은 기회였다.
오랜만에 모임에 나가니 새로운 얼굴들도 보였다. 그런데 그새로운 얼굴 중에 모임에 참석한 지 두 달 정도 되었다는 멤버도 있어서, 내가 얼마나 오래 참석을 안 했는지 실감 났다.
새로운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 직업이 ‘영어 학원 강사’라는 걸 말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예상한 반응이 나왔다.
“영어선생님이세요? 영어 정말 잘하시겠네요!”
그러면 나는 보통 “아, 아니에요~ 아이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정도예요~” 하며 어색하게 웃고 넘기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당당하게 말했다.
“못해요~ 그런데 그게 제 장점이에요. 제가 못하니까 아이들이 영어 배울 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거든요, 하하하.”
진심이었다. 몇십 년을 배운 이 언어가 여전히 낯설다. 그런데 열 살도 안 된 아이들이 그 낯선 언어를 붙잡고 있는 모습이 기특하고 애틋하다.
며칠 전, 우리 반 일곱 살 남자아이가 영어 문제를 틀려서 속상해했다. 나는 말했다.
“괜찮아! 천 번 더 틀려도 괜찮아!”
그러자 아이는 물끄러미 보며 되물었다.
“천 번까지만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만 번도 괜찮아!”
그랬더니 아이는 “무한대로요?” 하고 눈을 반짝였다.
나는 다시 말했다.
“그래, 무한대로 틀려도 괜찮아. 그런데 네가 바르게 앉아서 선생님을 바라보면 좋겠어. 그래야 네가 틀려도 선생님이 계속 설명해 줄 에너지가 생기거든. 그렇게 해줄 수 있니?”
그러자 아이는 시무룩했던 표정을 지우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순간 나름 늠름해 보이기까지 했다.
“틀려도 괜찮아.”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왜 이렇게 이 말이 좋을까? 아마도 나 자신에게는 잘 건네지 못하는 말이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이 말을 해줄 때마다, 내 영혼도 함께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
나는 영어를 완벽하게 가르치는 선생님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곁에 서주는 선생님, 그건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표지 출처: pexels('mist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