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는 오만했던 걸까? 자신감이 넘쳤던 걸까?
감사하게도, 나는 늘 무탈한 인생을 살았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하자마자 유치원에 곧장 취업을 했다.
그리고 근속을 쌓아가다가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전체 선생님을 이끄는 리더인 ‘부장 교사’가 되기도 했다.
당시 선배 선생님들께서는 이곳의 '최연소 부장 교사'의 탄생이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하셨다.
그 당시 나보다 경력이 훨씬 많으셨던 선생님들도 내가 부장이 된다는 것을 인정해 주시고 축하를 해주셨던 점이 정말 감사했다.
또한 모두가 함께 일하는 동안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셨고, 조리사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여기서 일하며 10년간 본 부장 중에 선생님이 제일 일을 잘한다”, "참 야무지다" 라며 늘 칭찬을 해 주셨다.
아이들의 등하원을 책임져주시는 셔틀 기사님들과 외부에서 오시는 강사 선생님들께 원의 스케줄을 공유했다.
그리고 그분들의 고민들을 여쭤보고 들으며 “부장님이 계셔서 걱정이 없다”라는 감사한 이야기들을 듣기도 했다.
나는 그런 칭찬들이 더 듣고 싶어서 주말까지 반납한 채 일에 더 몰두했고, 그 시절 나는 내가 유아교육 분야의 능력자인 줄로만 믿었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지며 나의 생각에는 변화가 생겼다.
학부모님들으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았고 시설도 좋았던 내직장, 무너질 리 없다고 믿었던 대형 유치원이 출산율 저조와 원아수 감소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에는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그 후 노량진을 왔다 갔다 하며 열심히 임용고시를 준비했으나 실패로 이어졌다.
열심히 했던 일들이 연거푸 실패로 돌아가며 자신감과 용기는 내 깊은 바닥까지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이 좌절 속에서 나를 다시 일으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어 공부’였다.
학창 시절 기피하던 영어에 도전하며 조금씩 실력을 쌓자, 영어는 내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어 학원에 취업한 후 상황은 또다시 달라졌다.
영어를 공부할 땐 자신감이 생겼지만, 직장에서 영어를 말할 땐 위축되었다.
영어학원에 취업하면서 원어민 동료, 영어가 유창한 한국인 동료들과 함께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에게 “Your English is so good!”이라고 말해줬지만, 나는 여전히 내 영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런 실망감이 오히려 독한 자극제가 되어 더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원장님께서 나에게 "선생님이 가진 역량이 영어로 인해서 모두 발휘가 되지 않는 거 같다", "하지만 선생님은 유아 교육 전공자로서 아이들을 잘 이끌어 나가고 행사 진행에 강하다는 걸 안다"라는 말씀을 해주시기도 하셨다.
이런 피드백이 나에게 정말 필요하다는 것은 머리로는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의욕과 다르게 더디게 성장하는 내 영어 실력에 서글퍼지기도 했다.
과연 예전처럼 자신감 넘치는 날이 다시 올까? 아니면 그때의 나는 단지 오만했던 걸까?
어쩌면 지금의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기에, 과거의 나까지 시샘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에 너무 깊이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이제 이 글을 마무리한 뒤에 부정적인 감정, 고민들이 사라지도록 (하기 싫지만) 영어 공부를 하러 가야겠다.
표지 출처: Upsplash('crossr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