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시간에 건네는 조용한 기록
2025년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달력의 마지막 장 앞에 서 있다.
시간은 늘 그렇듯, 조용히 그리고 성실하게 흘러왔다.
돌이켜보면 2025년은 내게 오래 남을 한 해가 될 것 같다. 봄에는 감기가 깊게 찾아왔고, 그 이후로는 면역력이 약해져 이비인후과와 한의원, 정형외과를 오가며 몸을 돌보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계절이 쌀쌀해질 무렵부터는 생각이 많아지며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학 전공부터 지금까지 나는 줄곧 ‘교육자’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왔다.
현재는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며 문득문득 생각하게 된다.
나는 여전히 ‘잘 가르치고 싶은 사람’이기 이전에
‘계속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완벽하지 않아도 매일 조금씩 쌓아가는 이 과정이
아직은 내가 교육 계통의 일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진로를 고민하며 머리가 지끈거리고 불안한 미래를 상상하며 괴로웠지만 어쩌면 이건 견딜 수 있는 종류의 아픔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했다.
사실 올해 가장 깊은 아픔은 사랑했던 그와의 이별이었다.
이제는 나의 전 남자친구가 된 그와 서로의 안부를 응원하며 헤어졌다.
그렇게 좋은 말을 남기고 돌아섰는데도 마음은 생각보다 오래 아팠다.
몸이나 머리가 아픈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종류의 통증이었다.
함께하는 동안 풀지 못했던 갈등들 때문에 슬펐고,
헤어진 뒤에도 여전히 마음 한편이 아프다.
그럼에도 서로의 앞날을 빌어주었으니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처럼 이 아픔도 언젠가는
조금씩 옅어질 거라 믿어본다.
몸이 아플 때는 병원을 찾았고, 고민으로 머리가 아플 때는 친구나 가족, 연인에게 말을 건넸다.
그런데 마음이 아프니 이상하게도 글을 쓰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게 크게 알리기보다는 글을 통해 먼저 나 자신에게 천천히 말 걸고 싶었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위로보다 나 스스로의 위로가 더 필요한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곧 크리스마스다.
거리는 트리 조명으로 반짝이고, 살짝 들뜬 사람들의 얼굴이 유난히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은 밖으로 조금 더 자주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밖의 행복을 몸에 묻혀 오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나의 슬픔이 머물던 자리에 작은 기쁨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 무게만큼 슬픔이 조용히 밀려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은 채 이 해의 마지막 달을 아주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지나가 보려 한다.
이미지 출처: ChatGPT (AI 생성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