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지금, 산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어느 크리스마스에
“Do you have any special memories of Christmas when you were young?”
며칠 전, 나는 영어회화 모임에 참여했다.
그날의 토크 주제는 ‘크리스마스’였고,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어린 시절, 특별히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추억이 있나요?"였다.
서른이 훌쩍 넘고 나니 요즘의 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를 채우는 사람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의도하지 않으면 잘 떠올리지 않게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과거를 묻는 질문을 받으면 잊고 살던 장면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가끔은 이 기억들이 실제였는지,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상상인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말이다.
그날도 나는 곧장 일곱 살의 나로 돌아갔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거실에 놓인 내 키보다 훨씬 컸던 크리스마스트리에 내가 신던 양말을 걸어두었던 기억.
그리고 아침이 되어 양말 속을 들여다봤더니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 돈을 들고 마트에 가서 크레파스 한 통을 샀고, 꽤나 만족스러워했던 것 같다.
내 이야기를 들은 영어회화 모임 멤버들은 "산타가 굉장히 현실적인 분이시네요"라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사실 그 산타는 우리 엄마였다. 나는 너무 당연하게 여겨왔던 기억이라 내 경험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만약 내가 엄마가 된다면 나는 어떤 산타가 될까?
아마도 아이가 스스로 산타를 부정하기 시작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만약 아이가 "산타는 없잖아?"라고 묻는다면,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럼 왜 나를 그동안 속였어?"라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까.
여러 질문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나름의 답을 준비해보게 됐다.
"있잖아, 엄마는 너에게 집집마다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기쁨을 나눠주는 산타를 통해 ‘나눔’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그리고 산타를 돕는 요정 이야기를 네게 해준 건 대가 없이 다른 사람의 행복을 돕는 '선행'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약속을 지키면 산타로부터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던 건 네가 스스로 해냈다고 느끼는 ‘성취감’을 알려주고 싶어서였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기쁘게 했다는 ‘보람’도 함께 알게 해주고 싶었어.”
"무엇보다도 네가 산타를 기다리며 '설렘'이라는 감정을 충분히 느꼈으면 했어."
"혹시 엄마가 너를 속였다고 느껴져서 속상해?그럼, 엄마가 미안해!"
크리스마스 당일, 이 글을 몰두해서 쓰던 중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 지금 남자친구도 없는데, 아이를 낳아서 산타에 대해 뭐라고 말해줄지까지 고민하고 있는 게 맞나?'
...아무래도 나는 타고난 걱정꾸러기가 맞는 것 같다.
이미지 출처: ChatGPT (AI 생성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