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직해도 괜찮겠지?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다시 묻게 된 시간

by 레이첼

이번 이직은 단순히 직장을 옮기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
다시 묻게 되는 시간에 가까웠다.


이전에 근무했던 영어학원에서의 시간은 분명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은 7살부터 초등 저학년이었다.
작고, 귀엽고, 내 손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수업을 이끌 때

‘아,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구나’라는 보람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린 만큼 함께하는 시간은 늘 긴장의 연속이기도 했다.
아이가 넘어지면 괜히 내 잘못 같았고,
잠깐이라도 눈을 떼는 일이 쉽지 않았다.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하는 것도 분명 장점이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이 있었고,

배울 점도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에서는 다른 마음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내가 온전히 이끄는 수업을 한 번 해보고 싶다.’
그건 수업에 대한 작은 바람이 아니라,
점점 커져가는 갈증에 가까웠다.


영어학원 유치부 수업은 알파벳을 익히고 반복 문장을 연습하는 시간이 많다.
물론 필요한 과정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상상력이 들어간 수업,
질문이 꼬리를 무는 대화,

아이들의 생각이 확장되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 과정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영어는 원래 내가 좋아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일이 되자 조금 다른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
더 빨리 성장해야 한다는 조급함.
좋아했던 것이 조금씩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기대도 점점 커졌다.
영어학원 선생님이니까 영어를 아주 잘할 거라는 시선,

영어 모임에서는 모르는 표현을 나에게 묻는 상황들.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표현을 자신 있게 알려드릴 때는 뿌듯했지만,

나도 모르는 부분이라면 괜히 민망했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질문도 받았다.
“영어유치원 선생님이면
월급 꽤 많이 받지 않아요?
학원비가 200만 원 가까이하잖아요.”
(* ‘영어유치원’은 정식 표현이 아니다.
‘영어학원 유치부’를 이렇게 부르는 경우가 있어

그 표현을 그대로 적었다.)
이럴 때마다 속으로 생각했다.
'... 잡코리아를 한 번 검색해 보시길.'


그렇게 나는 조금씩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어떤 수업을 하고 싶은 사람일까?’
영어선생님과 논술선생님 사이에서 한동안 망설였다.
내가 ‘영어학원 선생님’을 포기하지 못했던 건 이 일을 내려놓는 순간 영어도 함께 놓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지나친 걱정이었다.
나는 영어를 좋아해서 영어학원에 취업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쉽게 말해, 나는 영어덕후다.
그런 내가 영어를 그렇게 쉽게 놓을 리는 없었다.
(실제로 퇴사한 뒤에는 오히려 영어 공부를 더 자주 하고 있다. 챗GPT와 매일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단어를 외우는 횟수도 주 5회에서 주 7회로 늘었다.)




퇴근길에 본 아름다운 벚꽃나무와 보름달.


결국 나는 논술학원 초등부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지금 나는 논술학원에서 신입 강사로 차분히 적응 중이다.

아직은 서툰 부분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내가 어떤 수업을 하고 싶은지 이전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이 길을 한 번 걸어보기로 했다.


표지 이미지 출처: AI 생성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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