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WA코리아 이창호 CD, 광고 카피라이팅의 트렌드
‘광고 카피라이팅의 트렌드’라는 주제의 칼럼 헤드라인이 ‘트렌드가 없는 게 요즘 카피 트렌드’라니... 대체 무슨 뚱딴지 같은 말장난이야? 라며 갸우뚱하실지도 모르겠다. 이왕 뚱딴지 같은 소리로 시작했으니 분위기를 이어 양자물리학의 세계로 가보겠다. 양자역학에 ‘불확정성의 원리’란 것이 있다. 누군가에게 관측되는 순간 입자에서 파동으로 성질이 바뀌는 미시 세계의 뚱딴지 같은 미스터리인데, 나는 요즘의 트렌드가 마치 그와 같은 성질을 가진 것 같다. 이런 게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인가? 라는 나의 관측이 시작되면 이미 그 트렌드는 유행이 지난 트렌드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트렌드를 포착해내는 나의 능력이 미천한 탓도 없지 않겠지만 요즘은 정말 트렌드 변화의 속도가 빨라도 너무나 빠르다. 또 그만큼 다양한 트렌드가 동시간대에 공존하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말하자면 지금은 ‘이것이 트렌드다!’ 라고 특정할 수 없을 만큼 트렌드 변화의 속도가 압도적이라는 것. 그것이 요즘 트렌드의 트렌드라는 이야기다.
트렌드 변화의 속도가 그리하여. 안테나를 바짝 세워 그걸 읽어내야 하는 카피라이터의 일도 그만큼 더 수고스러워졌다. 대중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는 것은 기본. 실시간으로 생산되며 퍼져나가고 있는 SNS의 수많은 밈(meme) 부터 누가 시작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괴랄한 신조어들까지. 방대한 트렌드의 파도 속을 헤치며 카피라이터들이 건져 올린 다양한 트렌드들은 디지털 시대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로 요리되어진다. 때로는 15초 광고의 임팩트있는 한 줄의 카피로, 때로는 그보다 훨씬 긴 장초수의 영화나 뮤비같은 브랜디드 콘텐츠로.
또 때로는 5초 남짓한 숏폼에 가까운 스내커블 콘텐츠(Snackable Content)로. 이런 다양한 장르의 카피들을 척척 써내는 요즘의 카피라이터들을 보면서 나는 문득 무규칙 이종 격투기 선수가 떠올랐다. 오직 주먹으로만 승부하는 권투 시합이 아닌 때로는 팔꿈치도 쓰고 필요하다면 발차기도 쓰고 심지어 그라운드 기술까지 쓰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기술도 쓸 수 있는 무규칙 이종 격투기 선수와 같은 요즘의 카피라이터. 이제는 더 이상 카피라이터를 광고의 카피를 작성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건 옳지 않을 것 같다. 트렌드를 무기로, 그리고 언어를 매개로 브랜드와 소비자를 이어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쓸 수 있는 사람. 그가 바로 요즘의 카피라이터. 무규칙 이종 카피라이터다.
광고 전반의 트렌드 변화를 가속화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변수가 있다. 바로 AI기술이다. 흔히들 AI가 광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비주얼적 영역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컨셉팅과 카피라이팅의 영역에서도 AI는 요즘 카피라이터들의 생각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나 또한 이 글을 작성하기 전에 AI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