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징조-12. 닫혀버린 학교

2장 징조

by 우주의메신저

12. 닫혀버린 학교


학원 부작용은 영어 숙제를 못한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사교육 때문에 학교 숙제를 미처 할 수 없는 상황이 되풀이되었던 것 같다. 동네 학원과 온라인 강의, 그리고 운동 등 하루에 기본 3~4개의 강의 등을 소화해야 되었기 때문이다. 이건 선율 이쁜 만 아니라 많은 또래 아이들이 겪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또 다른 과목의 수행평가 과제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선생님이 숙제를 제출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숙제 제출 못한 사람들은 오늘 저녁 7시까지 제출해.”라며 아이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셨다.

“따르릉~” 6시가 다 되어 선율이 한 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7시까지 과제 제출해야 되는데 깜빡 잊고 QR코드 사진 찍어 온다는 걸 잊어버렸어요. QR코드에 들어가서 숙제를 제출해야 되거든요.” 라며 당황스러워했다. “일단 진정해.” 라며 선율 이를 타일렀다. “엄마, 나 지금 학교에 가서 QR코드 찍어서 제출하고 올게요.”라며 다급히 학교로 뛰어갔다.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엄마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엄마, 지금 선율이 가 학교에 숙제 제출한다고 학교에 갔는데 학교 문 닫지 않았을까?” 이 말을 듣고 선율이 가 걱정되었는지 엄마도 학교까지 서둘러 갔다. 선율이 와 길이 엇갈리면 안 되니까 학교까지 25분 거리를 걸어간 모양이다.

저녁 7시가 넘어서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선율이 만나서 데리고 왔어.” 나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집에 돌아와서 엄마가 “학교에 갔더니 학교 건물 앞에서 울면서 서 있는 거야. 건물 문이 이미 닫혀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나 봐. 과제 제출 못했다고 풀이 죽어 있는 걸 데리고 나왔어. 같이 걸어가다가 공원 벤치에 앉아서 한참 이야기 나누면서 달래서 데리고 들어왔어.” 나는 선율이 한 테 갔다. “괜찮아. 그깟 과제 제출 못하면 어때. 괜찮아. 신경 쓰지 마.”라며 등을 토닥여 줬다. 선율이 가 속상해하는 것만큼 나도 가슴이 아팠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아이의 모습이 애처로울 뿐이었다.


이후로, 선율이는 점점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되어 버렸다. 처음에 “나는 농구도 못하고 축구도 못해.”라고 했던 게, 2,3달이 지난 지금에는 “나는 아무 데도 쓸모가 없어. 우리 반에서 나는 없어져야 마땅해.”라고 말을 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나는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마땅해. 나는 죽어야 돼.”로 걷잡을 수 없이 자기 세계로 갇혀 버린 채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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