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징조
13. 마음이 병든 아이들
정신과가 터닝포인트가 될 줄 이때는 몰랐다. 여기서 비친 사람들의 모습들이 몇 달 후 내 인생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바뀔 수 있도록 판을 뒤집어 놓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율이의 상태가 안 좋아진 덕분에 새로운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 셈이다. 나는 선율 이를 데리고 학교로 나왔고 바로 정신과로 향했다. 난생처음 가 본 정신과. 성인은 물론이고 선율이 보다도 어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까지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것에 놀랐다. ‘어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를 다니고 있는 걸까?’ 이전에는 신경 써 본 적도 없었던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음의 병에 걸린 아이들의 공통점일까? 비슷하게 살도 많이 쪄있고 어딘가 지쳐 보였다. ‘이 아이들은 대체 무슨 일로 여기에 왔을까?’ 우리 애도 정신과에 와 있는, 서로 같은 처지였지만 우리 애는 우리 애이고, 내 아이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다.
어쨌든 내 형편에 비싼 심리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예약 대기 줄이 보통 한 달 정도였던 데다가 정신과와 심리 상담을 받는다고 해도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의심이 많은 성격이었던 것도 한몫했었다. 다행히 위클래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교육부에서 300만 원을 정신과 치료비로 지원받았다. 게다가 예약 없이 바로 당일에 병원 진료를 받게 되었다. 나는 무조건 정신력으로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버텨왔었다지만 준성이는 나와는 다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진료 대기 시간 중에 문진표를 건네주길래 작성했다. 진료를 받는 당사자가 적어야 해서 선율이 가 직접 기입을 해야만 했다. 꽤 여러 장을 기입해야 해서 시간이 걸렸지만 선율이는 침착하게 적기 시작했다. “엄마 이거 어떻게 써?” 현재의 마음 상태를 물어보는 질문에서는 선율이 가 내 눈치를 보길래 “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대로 솔직하게 써.”라며 지금 갖고 있는 심경이나 감정들을 그대로 적으라고 말했다. 선율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내 다시 쓰기 시작했다.
원장 선생님은 “언제부터 그랬어요?”라고 물었다. “아빠가 호통치고나서부터 죽고 싶다고 하기 시작했고요. 학교에서도 체육 시간마다 아이들이 운동 못 한다고 말하니까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게 되었고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이 일이 터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어땠어요?”라고 의사 선생님이 묻자 나는 “일본에서 초등학교1학년 때 학교 안에서 집단 폭행을 당했던 적이 있어서 교육청에 신고해서 해결했던 적이 있어요.”라고 말하자 의사 선생님은 “그것도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었겠네요. 선율이는 청소년 우울증이에요. 약을 처방해 줄 테니 그 약을 먹으면 우울증과 불안증이 완화시키는데 효과적이에요.”라고 말한 뒤에 약을 처방해 줬다. ‘아무리 청소년이 먹어도 괜찮다고 안전이 검증되었더라도 정신과 약을 아이가 먹어도 괜찮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2,3일 먹이다가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선율이 정신과 약 먹이는 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으니 엄마는 “먹이고 싶지는 않지만 먹여야지 어떡하겠어.” 그런데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목소리는 ’ 약 먹이지 마.‘라는 마음의 소리가 올라왔다. 어느새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이상 약을 먹이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