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징조
정신과 진료 이후 곧 선율이의 심리 상담이 시작되었다. 위클래스 선생님이 신속하게 대응을 해 주셔서 교육부에서 300만 원을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치료 잘 받으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본격적인 상담 전에 심리 검사를 했다. 그러고 나서 첫 상담을 했다. 상담을 마치고 부모가 10분 동안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선율이의 상태에 관한 피드백을 받는 순서로 상담이 진행되었다.
“저는 솔직히 상담이 굳이 필요가 없다고 생각돼요. 왜냐하면 저는 여태까지 죽을뻔해서 공황장애가 생겼을 때도 그렇고 병원에 가지 않고 정신력으로 다 극복해 왔었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저와 선율이는 다르니까요. 선율이는 심리 상담이 필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상담 선생님은 약간 자존심이 상한 듯 “제가 이 일을 16년 동안 해 온 전문가예요. 상담 쪽으로는 경험이 많고 아직도 공부를 계속하고 있으니까 괜찮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선율이 가 저와 얘기하고 나서 마치 산소 호흡기를 입에 대고 숨을 쉬는 것처럼 살 것 같다고 얘기했어요.”라고 상담 선생님은 덧붙였다. 나는 “아! 그래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드리고 첫 상담을 마쳤다.
그 무렵부터 선율이의 상태가 급물살을 타듯이 불안 증세가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듯 상태가 더욱 심각해져 갔다. 선율이의 심리 상담은 40분 동안 선율이 상담을 하고 나머지 10분 동안 부모를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10분 동안 선율이 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선생님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에 집에 들어왔더니 선율이 가 머리를 감싸고 쭈그리고 소파에 앉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선율아, 엄마 왔어. “ 하고 선율 이를 쳐다봤더니 옆에 과도가 놓여 있는 거예요. 너무 깜짝 놀라서 ”이거 어디서 났어? “라고 물었더니 ”잠깐 슈퍼에 갔다가 집 앞에서 주웠어. “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집 안에 칼이나 가위를 전부 다 숨겨 두었어요. “라고 상담 선생님한테 말했더니 뭔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다그치듯 말하면서 그때 벌어졌던 상황을 집요하게 묻기 시작하더니 가족에게 문제가 있다는 듯이 몰아가기 시작했다. 마음을 치유받으려는 치료가 받을 때마다 굴욕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부터 선율이 도 심리 상담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그날의 상담을 마지막으로 심리 상담을 종료시켰다.
몇 년 전에 지인의 아이 중에 한창 말썽 부릴 때 칼을 들고 집안에서 난리를 부렸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나야 남의 일이니까 “아이고, 저런....” 하면서도 듣고 잊어버렸었다. 지금에 와서 내가 같은 입장이 되어보니 “그때 그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집에서는 아이를 위해서 천도재를 했었다고 엄마가 말했다. 지금은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서 잘 다니고 가정도 꾸려서 자식도 낳고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선율이 도 그 집 아이처럼 곧 괜찮아질 거야. “ 라며 엄마와 나는 서로를 위로했다. 사춘기는 한때 지나가는 태풍의 계절과 같다.
한편, 정신과에서는 원장님이 매번 약만 처방했다. 주위 사람들은 정신과 약이 아무 이상이 없으니까 아이에게 약을 먹여야 아이가 증세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달랐다. “정신과 약을 먹이는 게 선율이 가 저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약을 먹이면 약의 효능 때문에 증상이 완화되지만 약효가 없어지면 다시 불안 증세가 올라오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