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태권도 학원을 데려다주다 길가에 난 작은 들꽃에 내 마음을 빼앗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찾은 이 앙증맞은 꽃은 더욱 사랑스러웠다.
나태주 님의 '풀꽃'이란 시를 알게 된 후부터였을까.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잘 보이지도 않던 작은 꽃들이 눈에 들어오고 점점 애정이 싹텄다. 관심을 갖고 보기 시작하니 이 작디작은 꽃들이 참 특별하게 다가왔다. 어쩜 이리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볼수록 대견하고 신기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고 하신 나태주 님의 말씀에 딱 공감되는 순간이다. 이름이 궁금해서 스마트 렌즈로 찍어봤다.'산국'이라고 한다.
산국! 오늘의 소확행이다.
자세히 보고 싶고 오래 보려고 아예 쪼그리고 앉았다.
손톱만 한 몸에 꽃잎은 또 얼마나 달려있는지, 아직 봉오리인 채로 있는 모습도 그저 사랑스럽다.
이 작은 것에 온통 마음을 내어주니, 세상에 '나'와 '산국'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동안 다른 것은 들어오지 않았다. 아주 잠깐,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을 뿐.
직접 보는 만큼의 감동은 덜하겠지만, 간직하고 싶어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못 보던 꽃들이, 이름 모를 꽃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1년 전에도, 2년 전에도 여기 있었을 텐데 미처 알아봐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 샛노란 산국 사이에 하얀 꽃잎도 보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풀꽃들, 이 작고 소박한 꽃에서 나를 본다. 연약한듯하지만 누구보다 강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그만의 매력을 가득 담고 있는 모습이 나와 닮았다. 이 작은 꽃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애틋하고 뭉클하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으며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오다가 드디어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누군가를 만났다. 비로소 존재 자체만으로 빛을 발하며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삶, 풀꽃에게 인생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