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귀여운 여인 Jun 14. 2023

결혼 18주년, 여전히 행복합니다.

행복한 부부가 되고 싶다면...

휴대폰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하다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 휴대폰을 찾으면 어김없이 충전기에 꽂혀있다. 아, 이 사람...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을까? 늘 그랬는데 이 순간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주 사소한 행동이어서 알아채지 못했던 걸까?  

남편의 배려가 쌓이고 쌓여서 드디어 무딘 나에게 와닿았다. 휴대폰 충전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한 번이라도 했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평소 표현을 잘하는 나지만, 묵묵한 남편의 친절에 무심했던 것 같다. 너무 고마운 순간, 뒤늦게 알아차렸기에 미안한 마음도 컸다.

"여보, 휴대폰 충전해 줘서 고마워요. 늘 해줬는데 이제야 고맙다는 말 하네요."

남편이 웃는다. 뭐 그런 것 같고?... 의 웃음.

언제나 그렇듯 남편이 한 수 위다.

사랑이란 이런 것.
작은 관심과 행동이면 충분하다. 나처럼 무딘 사람이라면 알아채는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도 있지만 말이다.

충전기에서 휴대폰을 빼며 이러한 작은 배려로 이렇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새삼 깨닫던 순간!

나는 과연,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감동을 남편에게 선물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멈칫했다. 안타깝게도 잘해주지 못한 것만 떠올라 미안한 마음이 컸다. 혹시나 싶어 남편에게 감동받은 포인트가 있는지 물었다.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여보~~ 혹시 아주 작은 거지만 나에게 감동받는 거 있어요?"

남편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지 바로 대답을 못 하더니 신혼 때 한동안 써준 출퇴근 손 편지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또 첫째를 유모차 태워 퇴근길 전철역 마중 나온 게 참 좋았다고 했다. 나에게도 행복했던 기억이다. 우리는 그때를 떠올리며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 작고 예뻤던 아들은 어느덧 17살 사춘기 아들로 자랐다. 아들은 알까? 엄마, 아빠의 가장 큰 기쁨이 되어주었던 사실을...  아들에게도 꼭 이야기해 줘야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를 테니 말이다.

남편 퇴근길 마중 나가는 일은 여전히 하고 있는데 더 자주 해야겠다. 남편이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일을 해주는 것! 행복의 비결이다.​​

"아니~~ 오래된 일 말고, 요즘에... 내가 한결같이 해줘서 감동받는 거요."


남편은 대답을 꼭 들어야겠다는 나의 강한 의지를 눈치챘는지 잠시 생각하더니 제대로 답을 주었다.

"출근 잘했냐고 카톡 보내주는 거!"

'아, 그거였구나.' 
남편이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게 안쓰러워서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마음, 하루를 힘내서 잘 보내라고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을 전하는 건 내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별거 아닌 듯한 작은 행동! 그게 감동이라니... 남편도 역시나 내가 모르는 사이에 해오던 사소한 행동에 감동받았구나.


그러고 보니 남편은 늘 '고맙다', '힘난다' 등의 메시지로 끊임없이 피드백해 주고 있었다. 결혼 18년 차, 우리 부부가 여전히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일상 속 애정을 담은 사소한 행동과 말 한마디였다. 그거면 된다.


사랑을 거창하게만 생각하니 힘들다. 내가 주려고 하기보다 받으려고만 하니 잘 안 풀린다. 값비싼 선물, 대단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괜찮다. 힘을 빼고 남편이 혹은 아내가 그저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고마운 마음부터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

배우자는 평생을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친구다. 사랑의 눈으로 보면 지극히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가 잠든 사이에 휴대폰이 충전되듯, 우리 부부의 사랑 또한 그렇게 충전되고 있었다. 행복한 부부가 되고 싶다면 이제 이렇게 말하기만 하면 된다.

"여보, 늘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작가의 이전글 고통 중에 소망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